알츠하이머

2004/12/06 19:09 / 생활
회사를 그만두고 정말, 갈길을 가겠다고 글을 쓰고 있는 친구가 있다. 그가 완성한 드라마에 제목을 지어 주겠노라며 주말에 대본을 받았다. 왜, 소설을 안쓰고 드라마를 쓰냐는 내 말에, 너 정말 알츠하이머병 아니냐며 도리어 핀잔을 받았다. 아침에 일단 시놉시스만 읽고 점심시간에 짬을 내어 전화통화를 했다. 맞춤법이나, 등장인물의 전형성에 대해서 간단히 의견을 교환했다. 아주 좋지 않은 경기에 지금 우리 나이에 일을 놓으면 언제 다시 일을 잡을 수 있을지 기약도 없을 것이란 나의 생각은, 그의 와이프가 보여주는 선량한 내조와 정말 가는 길을 가고 있는 사람의 가픈 목소리로 인해 가는 길에 서 있는지 조차도 가뭇가뭇한 편협임이 판명되었다.

일면, 나의 기억력이 사뭇 변변치 못해감을 느끼는 동안 나의 독서법은 속도감으로 일관했지만, 머리속 암기의 땅은 가뭄으로 갈라져 어떤 기표나 기의도 온전히 담지 못하고, 호기심이 자랄 자양분마저 사라져 버린 듯 하다.
술을 마시고 잊어 버리는 것은 나에게 이젠 일상이다. 마치, 넋 나간 사람처럼 파도에 묻힐 외침만 떠드는데 술을 핑계 삼는 듯 하다. 다행인건 추억은 암기와 다른 듯, 암기된 것들을 잊는 동안 추억은 그것만 오롯이 남았음을 항상 잊지 않게 해준다. 때때로 가는 길을 가고 있지 않는 동안 막막히 두려운 건, 에이즈 검사하여 불안에서 벗어나자 는 거리 현수막의 표어를 보면서 혹시, 나는 알츠하이머에 정말 걸린 건 아닐까? 그리곤 내가 스스로 낯설어 지는 것이다.
2004/12/06 19:09 2004/12/06 19:09
DrunkenSTAR 이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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