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의 뒷모습을 삼킨 문이 굳게 잠겨 있다. 비로소 부산스럽던 사무실에 혼자가 되었다. 권태로운 단어의 철학과 심드렁한 원칙의 선동자로 긴장에 긴박함을, 혼란스러움에 복잡함을 더하고 더하던 공간은 그대론데 시간은 어김없이 나를 혼자로 만든다, 그 사실이 순간 새잔해진다.

무엇이었을까, 이 외로움의 시작은... 어머니가 북한산에서 듣고 오신 오래된 사주팔자 때문일까?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실은 못되먹은 궁극의 인격 때문일까? 철학이 통하지 않는 버르장머리 없는 사람들을 계몽하겠다고 덤빈 신경질 때문일까? 사랑으로 참아내지 못했던 술취한 질투투성이 문자메시지 때문이었을까?
외로움이란 가난한 주제가 나에게 여느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가장 솔깃하게 다가오는 현실이란건, 가을 어귀에 비맞은 우산속에서 모락모락 김오르는 오뎅국물을 얘기할 수 있는 동반자가 없다는 것을 비롯하여 삼겹살 두어점 굽고 싶은 날에 차마 말로 꺼내지 못하는 체면치례가 당장은 그대로 시간에 녹아 부대끼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현실은, 하루끼식의 '절망 같은 이야기 속에서 돌연 COOL 한 자세로 반어하는' 묘미가 없다.

언제나 그랬듯 받아들이기 힘들더라도 지금 이 순간에는 무엇으로 사는가? 명징한 사색을 하지 않을 수 없다.

홍대 클럽의 하룻밤 헤드뱅잉으로 풀수 있는 명제가 아닌것은 확실해 보인다. 조밀한 약속 속에 조잡한 내용물로 정력을 낭비하며 외로움을 달랠 여유는 있는가?
애완견 예방주사 맞힌다고 프로젝트 중간에 휴가를 내는, 그런 타인의 우선순위를 비난하던 나에게 그따위 여유가 있을 턱이 없다. 여유가 있어, 또는 여행의 괘적으로 진정한 무엇을 찾겠다는 것은 나약함을 상징하는 청량감일 뿐이라고 외로울때마다 되뇌이지 않았던가...

문학평론집과 고흐와 고갱의 편지를 뒤적이다가 지쳐 퍼져버리고 과녁없이 시위를 놓은 듯한 컨퍼런스 스피킹 같은 것을 하다보면 내 자신의 무엇은 우연처럼 찾아오는 것이라고 믿고 싶었으나... 때론, 명료한 외로움에 한발 물러서서 절벽의 까마득함을 느끼게 되는 것을 어쩔수 있는 건 아닌가보다. 그럴때면 그 까마득함 보다 더한 꼭두서니 빛으로 내 어두운 뒤란을 비추는 것은 오직 하나인듯, '다시 사랑을 하고 싶다'는... 하지만, 너무 멀리 간, too far away, 사랑에게 흔드는 소리없는 손짓은 로맨틱하지도, 센티맨탈하지도 않아서 불쑥 다가가 목걸이를 걸어 줄 수도 없는 일이다.
그건, 지금 절망 같은 이야기 속에서 돌연 쿨한 자세로 반어하며 사랑을 얘기할 수 있는 페이지가 아니니까...
사랑하고 있지만, 철부지처럼 사랑한다고 불쑥 내밀 수 있는 꼬깃꼬깃한 영수증이 아니니까...

상상속에 결론은 언제나 팔짱을 끼고 사간동이나, 청담동을 걸으며 사람들이 인정하는 시기심을 유발하는 사랑을 하는 것이다. 유치함이야 어떻든간에 나를 찾는 건 유일하게도 사랑이라는 화려한 비탄에 도달하게 되면, 진지하게 시작한 사색은 내 외로움에 대한 이기심으로 밖에 여겨지지 않는다. 계획한 이사는 가지 않고 누군가가 찾아올 것만 같아 별을 세고 골목 어귀를 힐끔거리며 새벽을 맞는 남루한 일상과 무엇이 다른가?
하지만...
너무도 그리운 화려한 비탄.

나는 더 외로와 그 사랑의 슬픈 아름다움을 깨닫고 찾아 갈 수 있어야 한다. 그때, 내 자아가 텅비어 그를 모두 품는 바탕색이 될 수 있을 때까지 외로워하며 우산없이 비를 맞아야 한다.
고독하지만, 아직 슬프지 않고 슬퍼할 겨를도 없으며 누군가가 여전히 곁에 있다고... 그저 조용히 빗물에 눈물을 흘려 보낸다.
2004/08/18 20:55 2004/08/18 20:55
DrunkenSTAR 이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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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soap 2004/08/19 17:01  편집/삭제  댓글 작성  댓글 주소

    Came back, huh??

    장자크상페의 Central park 일러스트, 이외수의 내가 너를 향해 흔들리는순간..
    ..그리고 Jack의 갈증들이 묻어있던 글들을 보며 카타르시스(?)를 느꼈던 'Thirsty of Memories'..

    다시 이어질 Jack' Odyssey 기대합니다.

  4. drunkenstar 2004/08/19 18:00  편집/삭제  댓글 작성  댓글 주소

    이런, 제 블로그의 히스토리군요...^^ Thirsty of Memories 의 순간이 가장 좋았던거 같습니다. 그 관심, 기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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