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섭의 방

2006/09/08 04:31 / 관심
제주도 서귀포에는 이중섭 화가가 세들어 산 방이 있다. 마당 앞으로는 섶섬이 보인다. 섶섬은 천연기념물 18호다. 이중섭 작품의 위작 논란은 위력적이다. 이중섭 미술관의 '섶섬이 보이는 서귀포 풍경' 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눈을 부비는 관람객을 어렵지 않게 발견한다. 나 또한 그따위 생각들을 가지고 있었다. 작은 셋방을 나서자 마자 보이는 섶섬을 이중섭이 그리지 않을 이유가 없다. 아름다운 풍광은 더 말할 것도 없고, 섶섬 넘어로 그의 아내와 아들이 있는 일본쪽 방향이 아니던가... 하지만 이중섭이 '섶섬이 보이는 서귀포 풍경' 을 그렸던 때는 그의 가족들이 일본 송환선을 타기 전이다. 그가 그린 섶섬이 보이는... 서귀포 풍경에서 오래지 않아 다가올 그리움을 예견했을리는 없겠지만, 그의 가족에 대한 애틋한 편지를 읽으며 그 그림속에 그리움은 어렵지 않게 묻어 난다. 그의 방앞에 서 보았다. 섶섬이 보이고, 물론 지금은 각종 현대식 건물과 전기줄이 시야를 좁히지만, 그도 이 자리에서 저 섬을 보았겠지...

제주도에는 말만큼이나 소도 많다. 이중섭이 이쁜 소에 반해서 소를 그렸다는 단순한 동기가 믿기지 않을 수 있겠지만 실제로 제주도에는 이쁜 소들이 많다. 방목하는 자유가 소도 말도 이쁘게 한다. 유목하는 사람들이 가장 태초의 웃음이나 표정을 지을 수 있는 것처럼 동물도 그렇다. 다만, 이중섭의 표정은 그렇지가 않다. 사람들에게 당하고 친구들에게 모함 받은, 정에 굶고 사무침에 서러운 사연 많은 표정이다. 오늘날에도 그는 대접 받거나 자유롭지 못하다. 현대 한국 미술의 두 거장(이중섭과 박수근)이라며 호들갑스럽기만 하다. 전쟁 후, 그리고 오늘 미술을 대하는 패트런들의 관심은 여전히 호당 얼마로 측정 가능한 미술에 열중한다. 이중섭과 박수근이 현대 한국미술의 역사적 획이었다면, 서양 미술의 폴 고갱과 반 고흐 만큼의 연구가 이루어져야 한다. 하다못해 대중 미술 서적에서 조차 이 두 예술가의 이름은 찾아 볼 수 없다.

제주도에 가면 중문 단지에서 벗어나 이중섭 미술관을 방문해보길 바란다. 그리고 그의 셋방 앞에 서서 섶섬을 바라보길 권한다. 50년전 이중섭이 바라보던 그 시야로 말이다. 안타까운게 무엇인지 알게 될 것이다.



2006/09/08 04:31 2006/09/08 04:31
DrunkenSTAR 이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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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hans 2006/09/11 20:37  편집/삭제  댓글 작성  댓글 주소

    우리의 여기가 그리울 겁니다.
    안타까울만큼..

    • Jack 2006/09/11 22:23  편집/삭제  댓글 주소

      헤어지는게 다 그렇습니다.
      많게든 적게든 같이 염려했던 인생이 사라지는 거죠.
      그래도 인생은 계속되니까...
      건승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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