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블로깅이 아니더라도 쓰는 일이 더뎌지면서 덩달아 읽는 일도 게으르다. 맑지 않은 머리속에 생각지도 않은 낯선 그래프가 요동치며 은유법을 잊은 호기심을 자극한다. 한구석이 떨어져 나간 밀납 인형처럼 점점 머리속은 단단해져 가고 흉칙한 모습이다. 그나마 호흡하고 있는 생기는 그래프다. 세기가 오락가락 하는 싸이렌, 미래로 부터의 경고다. 두려움 같은 것을 느끼기 전에 정체를 알 수 없는 눈물이 흐른다.
더딘 쓰기와 게으른 읽기 뿐만 아니다. 높은 하늘에 쭈그리고 앉을 수 있는 계단만 있으면 더 나은게 없다던 뼈들은 부실하게 삭아 가고 있는지 도통 움직일 줄 모르고 허리와 엉덩이에 의지하고 그냥 붙어 있기를 바란다. 쓰기와 읽기가 머무르면 반대로 사람이 하는 일이 지겨워지고 냉소하게 된다. 진보하지 않는 자들의 구석기적 머리속과 점점 주파수를 맞춰가는 공포를 느끼면서도 조용히 유감을 조롱하고 라면을 끓인다. 계란을 넣을까, 파를 넣을까, 둘다 넣을까, 인생이 이렇게 단순하게 요약된다.
하루만 게으르게 전화를 옆에 끼고 문명을 배달시켜 생체신호를 연장하기만 해도, 이 따위 신비주의에 침울해진다. 토인비가 그랬던가? 진보하지 않은 역사속에는 신비주의와 냉소주의만 있다고, 게으른 것들의 집합에서 깨달은 것은 인생을 요약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조직하는 것과 집합은 다르다. 게으른 것들도 조직하기 나름이다. 담배가 떨어져도 사러 나가기가 싫어 하루를 금연한다. 2주동안 계획한 이발을 미루고 장발을 정리하니 유행 비스므리 해진다. 이런 조직을 하고 나니 한결 생산적이 된다. 다시 오늘 아침이면 지겨운 사회적 조직들과의 부대낌을 알면서 견디려면 게으름의 조직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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