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해

2006/11/30 03:20 / 생활
하루에도 수백개씩 날아드는 정체 모를 트랙백을 지우며 글 쓰는 것을 잊고 머리는 공허 합니다. 제대로 읽지 않으니 머리에 고이는 것도 없고, 글은 익지도 않아 풋냄새가 납니다. 차리리 이렇게 잊고 트랙백이나 삭제하고 빠져 나가는 의미 없는 클릭이 차라리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합니다.
소멸하는 계절이 되고 해가 바뀌는 징조가 뚜렷하니 곳곳에서 정리하는 분위기가 사뭇 어색하지 않습니다. 크게는 올해 초에 맘 먹었던 책쓰기는 여전히 부표를 잃은 난파선이 되어 떠돌고 있습니다. 기어이 노년에 생각해봄직한 육각 창문에 짧은 커튼, 창문 밖으로 보이는 장독대와 살얼음 핀 식혜가 아니고는 제대로된 정리는 요원한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이것은 제 인생에 스스로 짊어진 굴레 입니다. 거창하지 않게 기어이 가지고 가야 할 욕심입니다.
올해 가장 잘한 일은 아무래도 시민단체 활동인 것 같습니다. 정치적인 활동은 제대로 하지 않지만, 자원활동가라고 해주면 으레 힘이 납니다. 비록 스스로 정했지만, 차세대 진보 네트워크로서 발전시킬 '날개 인터네셔널' 프로젝트가 잘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일정을 미루고 어려운 개념들을 이해시키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고 있지만, 간사님들도 열심이시니 잘 될 것 같습니다.
며칠동안 2006 웹어워드 코리아 최고 평가위원으로 활동하면서 30개 사이트를 평가하고 일일이 평가글을 작성하고 드디어 자문위원까지 검토가 끝나 발표가 났습니다. 고백하건데 1000% 공평하고 공정한 평가를 했다고 자신할 수가 없습니다. 솔직히 조금은 압력을 가했는지도 모르고, 부당한 외압을 행사하려고 시도했었는지도 모릅니다. 반대로 외압을 받는 내가 얼마나 잘 버티고 그것을 오직 스트레스로 승화시켰는지 자부할 수가 없네요. 그다지 영향력이 있는 위치도 아닌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습관적으로 공정을 파괴하는 무리들과 섞여 있는 것이 싫어 마음속에 꾹꾹 담고 있었는데 강릉에서 폭발한 것 같습니다. 성질머리 하고는... 핑계거리를 구실삼아 새벽을 전속력으로 달려 오던 영동 고속도로에서 오래전 김규항님이 충고해주었던 의적 행세가 아닌가? 라는 말이 심장을 후벼 팠습니다.
기존 제도를 벗어나지 않고는 결코 이상향을 이룰 수 없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지 하는 심정이 되고야 말았습니다. 이런 다급한 심정에 현실적인 충고 하나가 매스가 되어 절개하고 고름을 짜고 봉합해버리는데 저녁 한나절과 소주 대여섯병이 필요하더군요.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다운 기업, 사용자와 노동자의 관계를 버리고 노동자가 회사 자체가 되는 기업 한번 만들어 보자고 해 놓고 그동안 참고 기다려 온 시간을 겨우 이 정도에 해치워버리면 되겠습니까? 그도 취하고 저도 취하고 이모집을 전전하면서 다급했던 마음과 성질머리를 인사동 골목에 쳐 박아 두었습니다.
시작이 있으면 그침이 있습니다. 그침을 안다는 것은 그때의 자세를 함께 생각하게 합니다. 나의 자세는 어떤 모습일까? 그것은 살아 보임으로서 생겨 날 것이란 믿음에서 비롯되는게 아닐까? 아직도 살아 보임이란 태도가 부족합니다. 그안에서 잘 살아야지, 잘 해보아야지 하는 가열찬 마음은 의미가 없습니다. 먼저 몸이 그리할테니까요. 몸이 먼저 그리 하는 태도, 나는 아직 빈곤한데 화려한 것만 쫓는 가식에서 한껍질도 벗겨내지 못한 것은 아닐지.
2006/11/30 03:20 2006/11/30 03:20
DrunkenSTAR 이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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