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5 대 165, 민주노동당 한 지역구의 국회의원 경선 후보 선거 결과다. 13% 대의 정당 지지율을 얻고 있으면서도 겨우 3% 지지로 마감한 민노당의 이번 대선 결과 만큼이나 신묘한 숫자다. 초등학교 반장 투표에서도 저런 숫자는 무승부, 재투표를 의미한다. 하지만 민주노동당은 재선거를 하지 않고 '규정에 의거하여' 당원 번호가 빠른 후보를 당선시켰다. 그나마 빠른 민주주의 의사결정 체제 중 그나마 빠르다는 쪽수제도의 동률 처리 방안을 겨루기판의 체중 달기로 마무리한 셈이다. 아무도 군소리 하지 않고 재선거를 해도 무당 칼에 쩍 갈라진 숫자에 혀를 내두를 참인데 당원 번호 순이라는 규정집을 꺼낸다. 민주노동당은 그만큼 관료적인데다가 한나라당도 하는 일을 민주노동당도 똑같이 하고 당규정을 내세워 간단히 제압하려 한다는 점이 놀랍다.
종북주의란 무엇일까? 즉 북한과 정서적 교류를 너무 심하게 해서 명백히 비판 받아야 할 북한의 어떤 행동에 대해서 이렇다 할 목소리를 내지 못한 것이 이 종북주의 때문이란다. 구체적으로 북한의 어떤 행동이란 핵실험 같은 것을 말한다. 민노당 내에서의 패권주의란 무엇일까? 다수파인 자주파는 이번에도 권영길을 대선후보로 내었다. 당의 헤게모니는 오래전부터 자주파가 독점하고 있었고 이러한 패권적 경향을 혁신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른바 이것이 민노당의 대선패배에 대한 논란의 핵심이고 쇄신의 방향에 큰 담론의 틀이다. 민노당의 미래를 염려하는 평당원의 입장에서 이렇게 민중과 철저히 괴리된 담론의 틀로 사회주의경제체제의 구현이나 이를 위한 집권을 이룰 수 있을 지, 어둡기만 하다.
지독한 일이다. 민중은 민주노동당을 지지해도 권영길을 더 이상 민노당의 얼굴로 보지 않는데다가 극단적으로 민노당은 지지하면서도 권영길은 지지 하지 않는 올드패션의 진부함을 논하는데도 당은 해석 불가능한 언어로만 정치를 하려고만 한다. 이미지 정치를 비난할 줄만 알았지 정작 이미지와 정갈한 구호로 마음을 쓸어 담는 민중들의 쓸어 담지는 못했다. 결국 패션화를 경멸만 하다가 문국현에게도 뒤진 지지율에 당도하고도 내부 헤게모니적 노선 투쟁에 의례 클래식컬한 언어를 동원하여 그것들을 유희하는데 시간가는 줄 모른다. 최소한 세상을 바꿀 구호 정도는 회자 되어야 진보 정당의 진보화가 계몽되었을 터이다. 사람이 바뀌지 않으면 세상도 바뀔 수 없다는 원초적 진보에 대해 먼저 알아 버린 것은 민노당이 아니라 민중이었고 이를 반성하는 쇄신의 틀이 이른바 종북주의와 패권주의에 기댄 정파의 혁신이라는 것이 민노당의 생각인 것 같다.
최근에 이와 같은 '견 풀뜯어 먹는 반성의 소리' 를 들어 본 적이 없다. 민중은 사람을 바꿔 정치와 세상을 바꾸겠다며 삶을 송두리채 시장에 내 놓으라는 이명박을 찍는데 스스럼이 없는데 자주가 먼저인지, 평등이 먼저인지 논의 한다는게 견 풀뜯는 소리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하물며 자주며 평등을 자신들의 정체성이라고 못대고 치더라도 자주와 평등이 풀뜯는 소리로 그치지 않고 민주주의로 나와야 하지 않았겠는가마는 이제와서 종북주의와 당내 패권주의가 반성의 틀에 견주어지는 마술적 자세와 언어 도단은 민중 정치와는 거리가 멀다. 급기야 분당을 거론, 아니 견 풀뜯는 소리는 더 이상 못 듣겠다며 대놓고 깨지자는 분위기다. 차라리 반성을 못할 부류들이라면 깨지고 깨지는 것이 맞겠다. 한나라당이나 통합신당이 하는 구차스러운 협작 뿐만 아니라 도무지 알 수 없는 언어와 조직의 헤게모니 다툼으로 치졸성을 들어낸 마당에 다시 민중을 얘기하고 진보를 선전할 총선의 상황이 벌써부터 쪽팔려 온다. 도대체 민중을 걱정하던 당이 맞던가.
165대 165, 그리고 당원 번호 순이라는 이 당췌 당원의 의사를 적극적으로 수용할 자세가 안되어 있는 당의 규정일랑 한나라당에 헌납하길 바란다. 자주파는 종북주의와 패권주의를 연구하며 당과 당내의 정치를 위한 당을 만들어 북풍에 기대어 선거를 치루던 구호를 선전하던 그렇게 하는 것이 맞겠다. 민중적 언어와 계몽에 힘쓰지 않고 자신들의 민주화 투쟁 경력과 지식을 기득권 삼아 '잘난체 하는 인사'는 현재의 민주노동당에 남겨 두길 바란다. 오래도록 민주주의를 연구하도록.
이 감동 없는 한해를 마감하며, 내년엔 민주노동당을 넘는 민주노동당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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