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인수위의 인수공정이 벽두 새해를 날카롭게 가르고 있다. 공식적인 업무를 끝냈다는 보도와 함께 생각해보니 BBK 김경준이 메모한 '한국 검찰이 이명박을 무서워해요' 라는 단발마가 문득 떠오른다. 권력이 바뀌고 보니 권력의 코드를 어떤 민원보다 빠르게 감지하고 스스로 자신들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것도 모자라 영혼이란 것도 실은 별게 아니라는 듯 연신 하트모양의 제스쳐를 이명박 차기 정부에 날리는 모습을 보게 된다. 검찰만이 아니라 정부라는 공공 업무의 대국민적 기관이 온통 이명박을 무서워하고 있음을 증명하고 있는 중이다.
인수위가 업무 인수가 아니라 정책 입안이나 정책 집행적 기관인양 행세를 하고 다니는데도 마땅한 견제가 없다. 이 또한 국민이 노무현 정부의 반대급부로 표를 행사하여 탄생한 이명박 차기 정부의 수혜라면 수혜다. 역시 이명박 정부의 탄생 배경에 노무현 정부 타도와 같은 복수의 감정과 거시적 경제 살리기 내지는 계급적 경기 부양이라는 공약이 난자, 정자 역할을 했다는 단적인 분석에 여지는 없어 보인다. 일찍부터 정부의 정책이 저렇게 바뀌었어야 했다는 것처럼 간주되는 상황은 여전히 난자, 정자의 수정이 제대로 착상 되기를 바라는 대다수 국민들의 소망인 셈이거나 그렇다고 여기는 권력이 있기 때문에 여기에 인수위의 무소불위한 권력적 상징성은 빠르게 위상 되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정부를 위한 변명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절대 다수의 국민이 선택한 당선인의 대리인 겪인 인수위에 아양도 떨고 애교라도 부리는 것이 대의제 민주주의에서 국민의 공복으로 마땅히 해야할 일이라는 변명 말이다. 조아림은 이명박 당선인에게가 아니라 그를 선택한 국민에게 하는 일종의 간접적 제스쳐라는 점이다. 하지만 이런 변명에 수긍할 국민이 얼마나 있을까. 대의제라는 공화적 명분을 학술적으로 알던 모르던 수긍을 하지 못하는 대다수의 국민은 정부의 어떤 기관에서 주권자적인 대접을 받아 본 적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불쾌하고 고압적이며 관료적인 태도와 업무 처리가 돈 많거나 기득권을 가진 일부 계층에게는 무한 조아림으로 바뀌는 이젠 진부하기까지한 모습들을 보아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의 변명은 국민에게 진정으로 봉사하지 않는 오랜 전통만큼이나 견실하고도 발등에 불부터 끄는 변명일 뿐이다.
국민에 봉사는 고사하고 영혼이 빨린 좀비로서 그 불안한 자태를 드러내는 점에 있어서도 인수위나 이명박 보다도 상위에 있는 민주주의나 공화적 관점에 비추어도 잘못된 코드를 맞추고 있다. 물론 이것이 잘못 인식된 민주주의나 공화적 관점 때문에 생긴 영혼의 잠식일 수도 있겠고 더 현실적으로는 자신들의 밥그릇 또한 중요하기 때문에 부처는 없어져도 인원은 감축하지 않는 인수위의 결정에 망극한 탓도 있을지 모르겠다. 다만, 조아려야 하는 권력의 대상을 찾는 더듬이가 너무 성급한 나머지 아무데나 대고 조아림의 신호를 보내버려 무식한 장면이 연출되고 있다.
지난 선거를 통해 국민은 정권을 바꿔 버렸다. 하지만, 정권이 바뀐 것이 아니라 국가가 바뀐 것이다. 대통령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국가를 선택한 것이다. 대통령이 임명권을 행사하는 공무원의 수가 대략 1만명 이라서 각 정부부처와 공무원의 권력 찾기가 대통령을 향하는 지점은 여전히 성스러운 밥그릇 안에서 머문다. 정부의 복무 대상은 국민이라는 원론적인 얘기는 집어 치우자, 정부의 복무 대상은 미시적으로 국민, 거시적으로 국가로 나눠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바꾼 국가는 무엇인가? 헌법상 국가 즉 영토, 주권, 국민 따위의 실체가 없는 국가의 개념은 사실 정부의 정치적 복무 대상이라 볼 수 없다. 정부의 정치적 복무 대상은 바뀐 국가의 실체적 개념이 되어야 하며 오늘날 국민이 선택한 국가의 실체는 "한나라당" 이다. 즉, 국가는 국민이 아니라 한나라당이다.
대통령제에서 어려운 것이 사실 이지만, 대의제 민주주의에서 절차적 선거를 통한 권력의 이동은 노무현에게서 이명박으로가 아니라 (구)열린우리당에서 한나라당이라는 것이고 집권여당으로서 한나라당은 곧 민주주의의 원칙으로 국민의 뜻과 염원을 바탕으로 정치를 하기 때문에 실체적 국가라는 생각이다. 이는 국민이 주권자이면서 동시에 통치의 대상이기도 한 공화주의에도 마땅히 부합된다고 본다. 따라서 우리는 노무현에게서 이명박으로 바꾼 것이 아니라 국가를 바꾼 셈이다. 이러한 지점에서 대통령제라는 권력 집중형 체제와 인물과 스캔들 중심의 선거가 얼마나 위험한 짓인지 깨달아야 한다.
선거 한번으로 그동안 국민적 합의로 적용되던 정책이 이명박과 코드가 맞지 않으니 냅다 바꿔서 하트 제스쳐를 취해 버리는 정부와 공무원들은 결국 아무 것도 모르는데다가 제대로된 인식이 없으니 불친절할 수 밖에 없고 영혼이 없었으니 반성은 고사하고 사유의 기회도 가지지 못한 좀비에 필적할 만한 존재였음이 인수위의 속도만큼이나 전속력으로 증명 되었다. 국가가 어딘지도 모르고 권력의 냄새만 맡으면 어김 없이 조아리는 덩어리의 실체가 적나라하게 들어난 셈이다. 멍청아~ 한나라당에 조아렸어야지, 곧 해체할 인수위라니... 일찍이 그들에게 충고해준 이는 없었나보다. 어쨌든 훌륭히 밥그릇은 챙겼으니 절반의 성공이다. 먹고는 살아야지, 앞으로 얼마나 조아려 잘 먹고 잘 사는지 두고 볼 일이다. 이래서 국가는 없어도 먹고는 살아야 하는게 누구에게나 본능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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