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거탑의 최도영을 고참으로 모실 수 없는 사회 보다 최도영 처럼 정의와 소신으로 살 수 없는 현실적인 긴장이 사람들을 더욱 초라하게 만든다. 마술적인 수술 솜씨를 현대의 정치, 사회 환경에 맞게 자기 확대의 기술로 승화시킨 장준혁을 소신 없이 존경해 마지 않는 속물 근성을 꾹꾹 누르는 일도 적잖이 심장을 피곤하게 만든다. 그렇게 될 수 없는 선민들의 가녀린 심장이 경화되지나 않을까 걱정한 탓인지 비교적 선과 악의 구별이 명확한 '뉴하트' 가 등장했다. 생활 곳곳에서 관계를 정의하는 정치의 실체를 꽤뚫어 도무지 이분법적 구도로는 독해가 불가능한 지경으로 몰아 가던 하얀거탑에 비해 뉴하트는 일면 상큼, 경쾌하다. 최강국이 아무리 소위 집단 갈굼을 당해도 그의 선한 의료 행위을 갈구 하는 대게의 사람들을 실망시킬 드라마의 전개를 찾아 볼 수 없기 때문에 마음이 편하다. 악의 무리들과 어울리지도 않으면서 꽤고 째는 솜씨도 최고인데다가 인간까지 긍률히 사랑하는 면모라니.. 속물로 살아 가는 심장을 가진 사람들에게 이 보다 더 나은 새심장이 어디 있을까.
새로운 심장으로 이식 되었지만, 최강국의 심장이 병원은 물론이고 사회는 더더욱 바꿀 수 없는 건 결코 염려가 아니다. 심장은 홀로 뛰었지만 그 뜨거움으로 함께 뛰었다고 선전하는 것은 공익 광고에 불과하다. 정치적 욕망을 위하여 환자라는 재료를 활용하는 의사들의 매스는 시장경제주의의 계급에 따라 온도가 달라진지 오래다. 강제적 특진비와 빈번한 의료사고를 통해 병원과 환자는 매스의 온도만큼이나 차갑게 식어 있다. 최강국의 심장은 분명 뜨겁지만 매스를 부벼 현실의 온도를 높일 순 없다. 병원이 특진이나 사회적 지위로 환자를 갈라 시장의 원리에 따라 편의점의 손님처럼 구분 짓는 의료체계와 사회의 병리적 이상 현상에 충실히 복무하는이상 병을 치료 받을 알량한 문명의 혜택은 요원할 뿐이다. 최강국과 같은 의사를 네이버가 찾아 주는 것도 아닌데 오염된 세상에서 병을 제어할 입장이 아닌 허약한 현대인은 의학적 재료에 불과하다.
심장도 마음도 고쳐주려 애쓰는 최강국의 등장이 자못 시원스럽긴 하다. 하지만 제아무리 최강국이라도 병원과 보험사의 자율적 기준이 확대되는 의료 보험 서비스가 법률로 제정 되기라도 하면 환자를 살리겠다고 발버둥을 치는 행위가 결코 미덕이 될 수 없는 사회로 변하고 만다. 벌써 부터 의료 행위의 구조적 제공자가 시장 진입을 시작하고 더 나아가 그 시스템 마저 공급과 수요, 마케팅의 시장 원리로 재조립 되어 선진국형 의료 서비스 라는 이름을 획득하고 있다. 더 많은 이익을 획책하지 않는 서비스가 없듯 의료가 서비스가 되는 이상 환자는 경제적으로 많고 적음으로 구분된 손님이 된다. 담보가 많거나 사회적 신용도가 높은 사람에게만 은행의 문턱이 낮듯 병원 또한 손님의 아픔의 정도가 아니라 시장 지위적 위계에 따라 서비스가 달라지는 예상은 누구나 가능하다. 그런데도 우린 이런 상황에 저항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견디고 극복할 수 있는지 개인의 경쟁력 문제로 치부하기 일쑤다.
사회적 시스템을 홀로 극복할 수 있기 위해 치달리는 사회는 절대로 안락할 수 없다. 시스템은 끊임 없이 시스템의 지배력을 유지시키기 위해 개인간의 경쟁과 긴장 구도를 고무시킨다. 봐라, 병원에서 VIP 대접 받는 손님을 너도 VIP 가 되는 꿈을 꾸어라, 라는 식이다. 시스템은 유지되고 개인은 환상에 매료된다. 뉴하트는 불행이도 부자가 된다, 선진국이 된다는 공상으로 가득한 머리가 최강국 같은 뜨거운 심장을 가진 의사가 있으니 의료체계는 괜찮다는 그야말로 마술을 만들어 내어 선전하는 치졸한 드라마다. 이러한 드라마의 해피엔딩이란 고작해야 최강국과 이은성을 제외한 시스템의 구성원들이 서둘러 화해를 이루거나 뜨거운 '뉴하트' 로 계몽되어 반전을 이루는 것 밖엔 없다. 여전히 의료체계는 괜찮다, 시장경제주의에 입각한 선진국형 의료 서비스 만세는 그대로 남는다. 사람들은 자신의 아픔 또한 스스로 경쟁력을 잃은 신체적 허약함만으로 자책할 것이다. 병원이 시스템과 사람들의 영악함 속에 이익집단으로 취급되어 질수록 환자는 병원으로 부터 더 이상 인격적 대우를 기대할 수 없는 킴스클럽의 자반고등어가 될 것이다. 뉴하트의 가장 현실적인 부분은 다름 아닌 현실보다 더 신빙성 넘치는 그 수많은 의료 사고와 모순 투성이인 의사 조직이다. 이러한 현실을 뜨거운 심장만으로 덮어 버리고 시시비비에 한발자국도 접근하지 않는 뉴하트는 뒷맛이 매우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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