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려

2008/03/12 13:01 / 생활

꿈이 많았던 잠에서 깨면 아내와 뱃속에서 웅크리고 있는 아이 걱정이 빗살처럼 쏟아진다. 괜한 걱정, 이라며 양치를 하고 중얼거리지만 천년동안 모든 아비가 그러했듯이 깨어 있으면서도 온낮을 설친다. 아무런 걱정이 없던 시절에는 무슨 일이 벌어 질 것만 같아 초조했다. 아무 일도 일어 나지 않았지만 아내가 아이를 낳기까지 겪어야 할 이루 짐작할 수 없는 모진 고통과 살고 숨쉬려는 아이의 결코 평화로울 수 없는 힘겨움만 생각해도 눈알이 벌겋게 뜨거워진다. 하지만 남편과 남자의 이러한 뜨거움은 아내와 아이의 그것에 비하면 우리 삶의 더 없는 인연의 경계에 서서 너무 가볍고 낭만적인 자세일 뿐. 염려는 뜨겁지만 그 모진 경계를 넘지 못하고 서성인다. 대신 남편은 오랜 일처럼 본능처럼 전투하듯 세상의 경계를 넘어 생활을 지탱하려 욕심내고 부대낀다. 아내는 제 욕심에 마신 술과 꼬릿한 담배 연기에 무기력해지는 남편을 걱정하고 아이에게 얘기한다. 어느날 딱 한번 읽어 준 동화처럼 새가 다닐 길을 내려 아빠는 늦는다고. 제 인연의 경계를 넘지 못하고 세상의 경계를 넘는 남편을 사무치게 기다리며 속태우는 국경의 밤처럼, 나도 아내도 서로 염려하며 늙어 간다.

2008/03/12 13:01 2008/03/12 13:01
DrunkenSTAR 이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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