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몇몇 장관들이 대국민 담화라는 협박을 발표 했다. 이 협박은 거리에서 경찰의 확성기를 통해 듣던 확성녀의 헛소리와 다른 점이 없다. 맥락은 아주 간단하다. 오늘 '촛불시위에 참가하는 사람들은 국민이 아니다' 고 알려 주기 위해 어제 확성녀는 '당신들 미친 것 아니냐' 고 떠들어 댄 것이다. 지금까지의 대본은 이랬다. '국민의 세금으로 만든 전경버스를 파손하는 행위는 불법' 이라고, 그러더니 대본 없이 이런다 '당신들이 지금 하고 있는 행동을 돌아 보라고' 반성하란 얘긴데 매일매일 좆 잡고 반성하다보니 순정 어린 마음을 주체 못하고 거리에 나왔다. 구호라도 외치지 않고 노래라도 부르지 않으면 그것도 못하느냐며 반성하다가 돌아 버릴 것 같아서 그런다. 이제 새로운 대본이 나왔다. 국민이 아니라고 선포할 것이니 미친 집단으로 몰아가라는 대본이 그들끼리 존경해 마지 않는 청와대에서 내려 온 것이다.

전경버스를 끌어 내는 밧줄을 잡고 있으면 앞뒤에 선 건장한 시민들에 부대껴 두 다리가 공중에 떴다가 가라앉았다를 반복한다. 그렇다, 저 버스는 내가 그동안 꼬박꼬박 낸 소득세, 주민세, 방위세, 자동차세 등이 섞여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니 내 갈 길을 막는 저 버스는 내가 파괴할 권리가 있다. 좆 잡고 반성해 보았다. 저 버스는 온갖 세금을 탈루하고도 불구속 입건 조차 되지 않는 이건희 따위의 원조 강부자 계급이 만든 것이 아니다. 이건희가 저 버스를 파괴하려고 했을 때 그게 불법인 것이고, 그게 진정한 폭력이다. 우리에게 비폭력은 맞아 주는 것이 아니다. 경찰이 때리면 맞아야 하는 것이 마치 촛불집회의 존재 이유처럼 된 논리는 거부 되어야 한다. '이 개새끼야' 라며 방패를 아스팔트 바닥에 갈고 오는 경찰 앞에 서 보라, 두팔 벌려 우리 아들이고 형제고 동생들 입니다 며 끌어 안겠다고? 미친 짓이다. 국민의 세금으로 산 하이바와 방패를 내리고 맨 주먹으로 맞짱 뜨고 싶은 생각 말고 없다.

비폭력은 저항 할 능력이 없는 사람에게 폭력을 행사해서는 안되는 것을 말한다. 시위대에 끌려 나온 전경을 폭행하지 않고 돌려 보내는 것, 길바닥에 쓰러진 여성이나 노인을 포함한 모든 시민을 군화발로 짖이기지 않는 것 따위를 말하는 것이다. 하지만 방패를 갈며 '개새끼야' 라며 덤벼드는 경찰이 있다면 난 눈에 보이는 뭐라도 들고 싸울 수 밖에 없다. 내가 한 일은 내 양심의 울림에 따라 촛불 든 것 밖에 없으니 당연히 정당방위다. 경찰도 양심의 소리에 따라 방패로 시민의 정수리를 깐 것일까? 그러니까 우린 더 이상 맞아 줄 수가 없다. 상관의 명령에 따라 짓밟았다고? 보편적인 인간은 누가 명령한다고 해서 여성을 짖이기고 아이에게 소화기를 뿌리지 않으며 노인을 질질 끌고가 방패날로 내리치진 않는다.

광우병 쇠고기 따위가 이제 이 집회의 목적인지도 모를 지경이다. 이 버스를 넘어야 이명박을 만나 대통령으로서, 아니 인간으로서 할 수 없는 온갖 악질적 행위에 대해 따질 것 아닌가. 이 거리의 상황은 광우병 쇠고기 고시 철폐를 넘어 섰다. 게다가 이명박 정권을 독재로 규정하는 것도 그들에게 지나치게 명예스럽다. 이명박 정권은 폭력 집단이지 독재 집단이 아니다. 이 거리의 가장 큰 문제는 이 폭력 집단에게 그냥 맞고 버티는 것이 국민의 의무 인 양 한가한 토론을 하는 것이다. 요즘 이 토론은 패배주의를 양산하고 있다. 정권의 힘이 얼마나 센지 알겠다는 둥, 저 윗분들이 비웃고 있다는 둥, 결국 우리는 해도 안된다며 절대 해서는 안되는 반성모드로 접어 든다. 이 반성모드의 끝에는 현대판 노예의 삶 만이 기다린다. 게다가 이 나라의 가장 큰 문제는 이 폭력 집단을 어디다가 신고도 고소도 할 수 없을 만큼 기능이 중지된 쇗덩어리가 되었다는 점이다.

우리에게 남은 법은 헌법 1조 밖에 없다. 하지만, 이 폭력 집단은 국민도 국민 나름이라고 선언했다. 그들이 국민이 아니라고 한 우리는 그럼 무엇일까? 갑자기 정체성이 확 사라져 버리면서 두려움에 떨리는가. 얼마나 고마운 말씀인가 인간이 아닌 그들과 인간인 우리를 구별해 주었다. 촛불집회를 더 이상 촛불집회라 부르지 말라고 했다는데 이 또한 바라는 바다. 이제 집회는 때려 치우자. 집회를 빙자하여 이 폭력 집단에게 맞아 주고 감금되는 일은 무기력한 일이다. 이제 촛불집회를 항쟁으로 부르자. 유모차도 그동안 고생하셨다. 촛불소녀도 그동안 고마웠다. 이제 항쟁을 할 강철 대오가 상상력이고 감수성이다. 더 이상 이명박 정권을 간지럽혀 이 거리의 폭력과 끝장난 권력을 끝낼 수가 없다.

2008/06/30 00:23 2008/06/30 00:23
DrunkenSTAR 이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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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ArcadeFire 2008/07/03 02:42  편집/삭제  댓글 작성  댓글 주소

    저는 님이 말씀하시는 "강철 대오"가 '물리력을 갖춘 대오'를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했습니다.
    제 이해가 맞다면, 그 "강철 대오"는 경찰의 물리력에 실질적으로 대항할 수 있는 젊은 남성들로 구성될 것이고, 님이 언급하신데로 "유모차"와 "촛불소녀"는 그 대오로 부터 배제될 수 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님은 그들에게 성급해보이는 '작별 인사'까지 하고 계십니다.

    저는 군대 경찰 등의 고도로 조직화된 물리력을 소유한 이명박 정권이 두려워하는 것은 항쟁자들의 (공격적인) 물리력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젊은 남자들이 아무리 쇠파이프와 화염병 등으로 무장을 해서 "강철 대오"를 갖추더라도 그들이 소유한 물리력에 비하면 그것은 정말 새발의 피일뿐입니다. 그것으로 젊은 남자들이 거리에서 아무리 고립된 항쟁을 해봐야 "이명박 정권을 간지럽"히는 결과 밖에 초래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의 공격적인 물리력이 이명박 정권에 입히는 타격보다는 우리의 대오를 고립시키며 스스로에게 미치는 타격이 더 크지 않을까요?

    우리가 이미 경험에서 확인하였듯이 그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유모차와 촛불소녀 등 보다 광범위한 계층, 연령이 전국적 범위에서 형성하는 '촛불대오'가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저 역시 구체적인 상황에서 적(?)은 구체적일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기에 님의 "폭력과 비폭력 거리에서 결정할 것"이라는 글에는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그러나 그것을 일반화 시킨듯 보이는 "항쟁을 할 강철 대오"의 주장에서는 '조급함'이 느껴집니다. 비록 그것이 "상상력이고 감수성이다"라는 것에 심정적으로 동의하더라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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