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과 서점

2004/10/17 18:07 / 생활
종로서적이 없어졌을 때, 나는 그곳에 두고 온 몇가지 추억이 소멸될까봐서 서둘러 김생진의 '그리운 바다 성산포' 와 기형도의 '입속의 검은 잎' 을 산 적이 있었다. 그렇게 추억을 간직했다 싶었는데 도리어 가뭄이 들었던 것은 부려부려 갔었던 서점으로의 발길이었다.
요즘도 책방에서는 책구경만 하고 실제 책을 사는 것은 10% 할인을 해주는 인터넷 서점이고 보니, 80년대 초 고모가 살던 원효로의 골목 처럼 없어졌다가 나타나고 있을 것 같지 않은 곳에 도사리는 계단을 비집고 올라가서 노트에 텍스트 몇줄을 배껴 오는 살가운 책방을 느낄 수 없게 된 시절의 안타까움은 내 스스로의 탓도 있다.


무슨 책을 살까 정해놓지 않고 책방에 들렀을 때라도 무슨 책을 살까? 고민 했다기 보다, 이 책은 왜 소설이고 시 일까? 생각했었던 적이 있다. 유니폼을 입고 책값도 치뤄주고 안내도 해주는 직원들이 꽂아 놓은 대로 인식되는 저건 소설책, 저건 시집이 왠지 이상하게 느껴지는 대형 서점. 하지만, 책방은 여전히 학창시절 법과대학 도서관의 빽빽한 고서 냄새로 단잠을 꾸었던 추억의 연장선처럼 나의 안식처임엔 틀림없다.
독서의 비중이 소설과 시에서 멀어졌을 때, 계간 창비(창작과 비평)의 꾸준한 단편과 현학적 비평의 소름과 비닐 커버가 뜯어진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사진집의 자유열람은 사소한 즐거움 이상의, 그 무엇의 비상飛翔 같은 것이 된다.
그래서 두서없이 책 몇권을 10% 할인 없이 산다고 투철한 경제논리와 개인적인 긴축재정에 반한다고 볼 수는 없겠지...

나는 왜 비에 젖은 석류 꽃잎에 대해 아무 말도 못 했는가
[이성복]문학동네

피렌체 찬가
[레오나르도 브루니]책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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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롤드 커즈너]가남사

그림 속으로 난 길(미술관 밖의 미술 이야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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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0/17 18:07 2004/10/17 18:07
DrunkenSTAR 이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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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soap 2004/10/18 13:21  편집/삭제  댓글 작성  댓글 주소

    셰익스피어, 팽귄, 스트랜드(800 Miles of used books)..
    우디 앨런의 영화들속에 자주 등장하는..
    뉴욕의 오래되고, 운치있는 책방들을 참 좋아라 했었는데.

    우린 어느사이 이런 고서점들이 사라져 버리고 백화점같은 책가게들만 남아있는듯 합니다.(심지어는 할인점 한쪽에도 서점이 있더군요.ㅎㅎ)

    나를 깨우는 정신을 만나기위해, 의미있는 대화를 나누기 위해..
    서고의 깊은 숲사이를 걷고 싶네요.

  4. Jack 2004/10/19 13:32  편집/삭제  댓글 작성  댓글 주소

    제대로 꾸민 작은 책방을 하나 꾸려갔으면 좋겠다는 생각...
    아직도 그런게 꿈인게 신기할때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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