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 뿐만 아니라 IT 에도 원청(클라이언트, 고객)에게 하청(에이전트, 업체)을 받을 경우 턴키베이스로 계약하는 경우가 많다. 건설업은 '설계 부터 시공까지 전부' 한 업체가 맡아서 하는 경우를 말하는데 IT 도 마찬가지다. 여러 방법론이 있겠으나 '설계 부터 개발, 이관까지 전부' 를 한 업체가 맡아서 하는 경우의 입찰, 계약을 턴키베이스 라고 한다. (턴키베이스의 사전적 의미는 네이버에 잘 나와 있다.)
원청이 턴키 입찰 또는 계약을 하는 이유는
1. 사업(프로젝트) 규모가 클 때
2. 따라서 예산과 비용이 많이 들고
3. 규모와 예산의 거대함에 따라 자재(IT 는 HW/SW)와 용역(사람)이 많아 지고
4. 이에 따라 관리해야 할 업체 또는 영역이 많아 질 때 이다.
턴키의 기대효과는
1. 한 업체가 사업의 전체를 총괄함으로써 관리하기가 용이하고
2. 문제가 생겨도 한 업체만 소위 조지면 되고(한 업체가 모든 책임을 진다는 의미)
3. 따라서 우수한 인력과 훌륭한? 책임감을 담보 받을 수 있다.
이것은 계약 구성을 알고 있는 사람들에겐 상식적인 얘기다. 턴키 계약에 로비며 담합이 존재하고 그로 인해 부정부패가 일어난다는 주장이 있다.(4대강 사업에서 나온 얘기다.) 하지만 이는 부차적인 문제다. 로비며 담합은 턴키 이기 때문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종류의 입찰, 계약 과정에 일어 날 수 있는 활동이다. 그렇다면 턴키 계약 과정을 살펴보자.
1. 원청이 해당 사업에 알맞은 업체들에게 RFP(Request For Proposal), 또는 과업지시서를 뿌린다.
2. 이때 '사업에 알맞은 업체' 에 방점이 찍힌다.
- 원청이 A 라는 사업 전체를 한번에 하겠다는 의지가 없으면 턴키 계약이 될 수 없다.
- 즉, A 사업 안에 들어 있는 여러 업무를 쪼개서 별개로 진행하려고 한다면 이건 턴키 계약이 아니라 개별 프로젝트, 개별 사업, 개별 입찰, 개별 계약이 된다.
- 이를테면, A 사업 안에 설계, 디자인, 개발, 테스트 라는 업무가 있어서 각 영역에서 알맞은 업체에게 별개의 RFP 를 보내 각각의 업무를 개별 업체가 동시에 진행하여 최종적으로 A 사업으로 묶는다는 개념이다.
- 이렇게 되면 원청은 A 사업을 위해 4개의 업무, 4개 업체 이상을 관리 감독해야 한다. 당연히 관리가 힘들고 어려워지며 각 업무에 전문가들이 포진되어 있어야 한다. 원청에 그런 업무의 전문가들이 포진 되어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 있다면 뭐하러 아웃소싱을 하겠는가.
3. 하청은 원청의 요청사항(과업)을 분석하여 이 사업에 알맞는 업체를 소싱하고 컨소시엄을 맺는다.
- 이때 원청과 직접 계약하는 즉 턴키 계약하는 업체를 '을' 또는 '주사업자' 또는 '마더업체' 라고 부른다. 자연스럽게 원청은 '갑' 이 된다.
- 을도 역시 단독으로 A 사업을 수행할 수 없기에 다시 말해 갑도 위의 사업을 4개 업체 이상이 해야 하는 업무로 파악하고 있기에 을도 최소한 3개 이상의 알맞은 업체를 소싱해야 한다는 논리가 성립된다. 물론, 갑이 재하청은 금지한다고 하지 않을 경우 인데 대규모 사업을 하는데 재하청금지 조항을 넣는 스마트하지 않은 갑은 없다.
- 을이 설계 업무는 자신들이 맡고 디자인 업무는 가 라는 업체, 개발 업무는 나 라는 업체와 함께 하기로 했다면 가, 나 업체는 '병' 이 된다.
- 이때 가, 나 업체도 자신의 업무를 쪼개어 ㄱ, ㄴ 이란 업체에게 줄 수도 있다. 원청에 하청에 재하청에 재재하청이 된다. ㄱ, ㄴ 업체는 '정' 이 된다.(갑을병정 다음에는 무기경신임계로 나간다. 하지만 무 까지 나가는 경우는 드물다. 이러한 관계를 도급, 수급, 하도급 등의 용어로 설명되기도 한다.)
- 을이 A사업을 하기 위해 모든 병과 정을 소싱했다면 이를 집합적으로 컨소시엄 이라고 한다. 연합군이 된 것이다.
4. 컨소시엄은 맺었으나 제안서를 쓰며 다시 이합집산을 한다.
- 컨소시엄은 법적으로 구속력 있는 형태가 아니다. "같이 할래?", "그래" 이렇게 형성되는 관계이기 때문에 서로 수틀리면 전화 한통으로 관계는 바로 깨진다.
- 컨소시엄이 깨지는 캐이스는 여러가지다. 대표적으로 1)사업범위를 파악해보니 자신들이 알맞지 않을 때, 2)을과 병이 사업범위에 대한 견적을 놓고 가협상을 하다가 을이 기존 병에 대항마를 소싱해오고 대항마의 견적이 더 저렴할 때, 3)갑 내부에서 들리는 정보를 통해 현재 소싱한 병에 대한 나쁜 인식이 있거나 갑이 은근히 바라는 병이 따로 있을 때, 4)제안서를 같이 써보니 실력이 허접할 때, 5)윗선의 이해관계가 있는 병이 갑자기 등장 했을 때, 6)시키는 대로 안하고 예의가 없을 때 등이다.
- 여러 캐이스에 준하여 다른 컨소시엄에 들어 있는 병을 끌어 오기도 하고 병을 찾아 전국을 헤매기도 하거나 아예 프리랜서들을 집합시켜 작은 회사를 만들기도 한다.
- 이때 영리한 병은 여러 컨소시엄에 동시에 발을 담가 놓기도 한다. 어차피 수주가 되는 을쪽에 붙어서 사업을 하면 되고 을은 해당 병이 사업에 알맞은 업체이니 그 정도는 넘어 가기도 하고 갑도 이해관계가 있으니 여러 컨소시엄에서 같은 병을 데리고 오더라도 다른 기준으로 을을 선정하면 되기 때문이다.
- 사려 깊지 못해 한쪽에만 발을 담그고 기도하고 있던 병이 갑자기 을이 중간에 사업을 포기(드롭)하거나 다른 을과 배타적으로 컨소시엄을 맺어 버리면 자연스럽게 공중분해 된다. 속되게 '새 된다' 착한 을이면 소주 한잔 사준다.
5. 제안서를 제출하고 프리젠테이션을 진행한다.
- 하면 된다.
6. 수주가 되었다. 보통 사업의 수주는 '너 밖에 없다, 너만 믿어' 가 아니라 우아하게 '우선협상대상자' 로 통보 받는 것을 말한다.
- 우선협상대상자란 남들 보다 먼저 사업 범위에 대한 가격 협상을 하는 자 라는 뜻이다. 협상하다가 수틀리면 우선협상자 지위를 잃을 수도 있다. 물론 그동안 협상하느라 수고했다고 등 두드려 주지 않는다.
- 우선협상대상자가 협상에 실패하면 자동적으로 차선협상대상자가 호출되어 같은 협상을 하게 된다.
- 차선협상대상자도 협상에 실패하거나 호출에 응하지 않으면 자동 유찰 되어 다시 입찰 전쟁을 치뤄야 한다. 이걸 다시 하고 싶은 갑과 을은 기본적으로 없다. 하지만...
7. 협상을 진행한다.
- 대체로 사업 범위 조정, 이에 따른 가격 조정, 가격에 따른 용역 조정, 장비나 자재의 퀄리티 수량에 대한 조정이 이뤄진다.
- 턴키베이스로 하기로 했기 때문에 갑은 A 사업 안에 여러 업무가 있지만 을 이라는 한 업체와 협상을 하면 된다.
- 하지만 을은 A 사업을 위해 갑과 협상하고 그 협상에 따라 가, 나 업체(병)와 별개로 협상을 한다. 마찬가지로 가 업체는 ㄱ, ㄴ 업체(정)와도 협상 한다.
- 갑은 을이 병과 어떤 협상을 하는지 알 필요도 없고 알고자 하지도 않는다. 을도 병이 정과 어떤 협상을 하는지 알고 싶어 하지 않는다. 어차피 을이, 병이 해당 업무에 총괄적으로 책임을 지기 때문이다.
- 이때도 갑이 수틀리면 을을 바꿀 수 있듯(차선협상대상자로) 을도 수틀리면 병을 바꾼다. 역시 병은 새 된다.
8. 드디어 계약을 한다.
- 갑은 4개의 업무가 들어 있는 A 사업을 한번에 을하고 턴키 라는 형식으로 계약한다. 따라서 계약서는 1개다.
- 을은 A 사업의 4개의 업무를 담당하는 4개 이상의 병과 각 업무를 대상으로 역시 턴키로 계약한다. 그 업무는 니네들이 책임져 란 뜻이다. 하지만 계약서는 갑과 1개, 병들과 4개 이상이 된다.
- 이로서 갑은 A 사업을 하기 위해 을만 조지면 되고 을은 A 사업을 하기 위해 4개 이상의 병을 조진다.
따라서 A 사업을 위해 알맞는 업체란, A 라는 사업과 유사한 a 라는 사업을 해봤던, 때문에 그에 알맞은 병 업체를 원활하게 소싱해오고 자신들이 할 일을 대신해서 때론 악질적으로 조질 수 있어서 A 사업을 정해진 일정과 비용 안에서 해결해주는 업체 되겠다.
4대강 사업에서 '턴키 담합' 이란 얘기가 나오고 있다. 마치 턴키 자체가 부정부패라는 징후가 있어서 그 과정을 적어 본다. 물론, 위의 절차 안에서 정보 습득과 유리한 고지를 위해 로비가 이뤄지기도 한다. 보통은 RFP 나 과업지시서가 각 업체에 뿌려지기 전에 로비는 시작되고 끝이 난다. RFP 이후 로비는 바보나 하는 짓이다. 왜냐하면 그 절차상에서는 갑도 을을 만나주지 않는다. 보는 눈이 엄청 많으니까. 4대강 턴키 담합이 이런 절차안에서 살펴봐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을(4대강 사업에서는 대형 건설사들)들이 서로 짜고 치기로 했다면 그건 엄연히 공정거래 위반이다. 다만 턴키 때문에 발생한 것이 아니란 점만 얘기하고 싶다.
그래도 턴키가 문제다 라는 시각이라면 갑이 해당 사업의 각 업무를 담당할 수 있는, 잘 할 수 있는 전문가가 있어서 각 업무별로 프로젝트를 만들어서 발주를 하면 된다. 하지만 그런 갑은 없다. 이미 IMF 를 겪으며 대한민국의 비즈니스 구조는 아웃소싱화 되어 있다. 갑이 모든 업무를 오롯하게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이나 인력을 갖추는 구조를 포기했다. 한마디로 A 사업을 수행할 능력이 없다고 보면 정답이다. 어떤 국회의원은 턴키베이스 공사가 문제이기 때문에 최저가 입찰로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비즈니스 계약의 ㄱ 자도 모르면서 하는 말이다. 턴키와 최저가 는 완전히 다른 입찰 형태이기 때문에 최저가가 턴키를 보완, 대체할 수 없다. 다음에는 최저가 입찰에 대해 알아 보겠다.
아무튼 난 4대강 사업 반댈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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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거탑의 능수능란한 칼솜씨만큼 선덕여왕은 사극의 문법을 현실정치의 맥락으로 바꿔버린 보기 드문 드라마다. 생활속에서 은밀하게 일어나는 이합집산의 정치를 다룬 하얀거탑은 선덕여왕에 비하면 차라리 아기자기하다. 조금만 시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저 씬은 여의도의 날치기를, 요 씬은 대의명분을 앞세워 사익을 추구하는 정치인들을 거대하게 묘사한다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로 쉽다. 이러한 지점에서 절대선인양 그려지는 선덕여왕은 대립구도인 미실의 오묘하고 미묘한 감수성을 이기지 못한다. 하얀거탑에서 비열하기까지 한 장준혁에 동화되고 감정이 이입되던 수많은 현대인들은 선덕여왕이 아니라 미실에게서 그 역할을 찾고 열광한다. 자신은 왜 현실에서 저렇게 하지 못했을까, 몸을 바쳐서라도 내 사람을 만들고 의기양양하게 "내 사람은 그러면 안된다." 말할 수 있는 배짱이 없었을까. 마치 저것이 사회생활의 다 인데, 느끼는 사람들이 어디 한 둘이었을까. 다시 보면 미실은 사람들의 욕망을 뭉쳐 놓은 덩어리다. 성골이 아니면서 나라의 주인이 되기를 욕망했고 그 욕망을 채우기 위해 첨단 정치공학을 몸으로 치밀하게 수행한다. 있는 계급(기득권)은 낙점만 받으면 출세가 보장되지만 없는 계급(서민)들이 출세하기 위해 마땅히 갖추어야 할 방향을 미실은 발가 벗고 보여 준 셈이다. 봉건시대의 일이지만 현실과 다르지 않다.
우파는 기득권, 이란 공식이 있을지 모르나 우리나라의 현실 우파는 대략 세 부류다. 기득권을 가졌지만 애국심이 없는, 애국심은 있지만 기득권이 없는, 둘 다 있는 부류는 극소수 진성우파라 볼 수 있다. 애국심이 있지만 기득권이 없는 부류는 대체로 전쟁세대다. 이건 자존심의 문제인지라 이 나라의 기반을 다졌다는 자부심이 대단하다. 빨갱이와의 전쟁에서 나라를 지켰으며 그 폐허에서 물적 기반을 이뤘다는 주장이다. 동의한다. 하지만, 그 분들 입장에서 안타까운 것은 같은 우파라는 범주에서 애국이라는 이념만 가졌을 뿐 물질 기반은 다졌으나 실물 기득권이 없어서 애국심이 없는 부류에게 지배 당한다는 것이다. 언제나 행동대를 자처 한다. 전쟁이 없고 폐허가 아닌 시대에서 그 자부심을 표출하기 위한 분노로 행동한다. 이들은 가난하지만 애국이 있기에 풍요롭다. 하지만 언제나 기득권의 관심을 필요로 한다. 명분은 언제나 애국과 빨갱이다. 이 부류가 영리하기만 한다면 오늘날 완전한 미실의 부활이라 부를만 하다.
기득권을 가졌지만 애국심이 없는 부류들은 애국에 봉사하고 빨갱이에 치를 떨며 자본주의를 이 땅에 뿌리내리게 한 부류들의 권리와 물질을 상속 받은 자들이다. 이들은 애국적 우파, 민족 우파의 이념이란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돈이 되면 하고 돈이 안되면 안하는 자유주의 우파다. 이들은 실물만을 상속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정치이념과 경제이념을 분리하지 않는다. 그것이 권리, 즉 권력이며 권력의 생성 조합이라 굳게 믿기 때문이다. 따라서 물질을 만들었으나 그것을 증여하고 애국에 보험을 든 부류들은 여전히 생활비가 필요하기 때문에 이 자유주의 우파에게 자신들의 권리를 손 벌릴 수 밖에 없는 구조가 되버렸다. 자유주의 우파는 애국적인 일에 돈을 쓰지 않는다. 빨갱이라도 노동력이 있고 동일한 물질을 추구한다면 자유주의 우파에겐 환영이다. 돈을 써서 돈이 될만 하니까 말이다. 이들에겐 민족이나 국가 개념이 없다. 그것들은 이들에게 명분일 뿐이다. 이 부류는 사익에 영리하지만 국가에 대해서는 무지한 귀족들이다. 화백회의의 대등의 부활이라 부를만 하다.
선덕여왕에는 서민이나 백성이 존재하지 않지만 미실이 존재함으로서 계급투쟁의 역사를 그렸다. 오랑캐와 맞서 싸우는 애국투쟁의 역사가 결코 아니기 때문에 영리하지 못한 애국 우파들에게 아무런 감흥도 주지 못한다. 하지만 그 이념을 빗대어 권리를 행사하는 오늘날 기득권층에게 계급투쟁은 살벌한 정치적 경제적 도전이기에 이 드라마는 좌빨 드라마가 된다. 이런 정의가 가능해야만 애국 우파들이 깨어나 조건 없이 행동할 수 있다. 문제는 드라마에 존재하지 않는 백성들, 오늘날의 서민들이 이 드라마를 통해 현실을 목도하는가 이다. 목도는 하겠으나 행간을 조명하진 못한다. 우파도 좌파도 아닌 그들은 언젠가 골프채에 왁스칠 하고 그저 제 새끼들 잘먹고 잘사는데 미실의 역량이 참고될 수 있냐는 것이 관심이다. 그 참고를 현실에 적용하면 십중팔구 실패할 수 밖에 없는 대의 명문이 딱 하나 있다. 미실이 가진 애국 때문이다. 기껏 현실사회에서 찾을 수 있는 대의란 회사를 위해, 비전을 위해 가 전부다. 차라리 내 새끼를 위해 가 휠씬 숭고하기 때문에 '내 사람' 이란 개념이 만들어 질 수 없다.
미실은 국경에 있던 군대가 자신을 돕기 위해 출병하는 보고를 받고도 그 출병을 거두고 복귀하라는 명령을 내린다. 그 명령으로 자신이 최후를 맞을 것임을 알면서도 말이다. 신국을 위한 대의를 미실은 결코 버리지 않았던 것이다. 미실의 그런 숙연함을 오늘날 오마주 하는 것은 그야말로 비현실이다. 애국하겠다는 사람들 조차도 어떻게 애국을 해야 할지 모른다.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애국은 돈을 벌어 오는 것이다. 그걸 못하는 애국 우파들에게 삶의 이유는 당연히 빨갱이로 귀결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대개의 사람들은 여기에 논리나 정작 애국 따위는 더더욱 존재하지 않는다 생각한다. 왜냐하면 오늘날 현대인들은 애국을 거세한 미실을, 미실의 욕망을 추종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계급과 무관하게 부자가 되는 희망으로 기득권에 투표하는 것이 그들 나름의 계급투쟁이다. 그러한 사람들을 보듬는 척 실용적인 정치 수사로 현혹하여 그 희망의 끈을 놓지 않도록 하는 것이 오늘날 기득권이면서 애국심이 없는 자유주의 우파들의 사명이다. 제 새끼 잘먹고 잘살아야 하는데 우파나 좌파나 애국이 뭔 상관이란 말이냐, 미실의 역량을 참고하여 어떻게든 계급투쟁의 경쟁에서 살아 남아야 하는데 말이다. 신자유주의 시대의 영리하고 사려 깊은 중도 서민들이다.
하지만 어찌하냐.. 미실은 죽었다.
우파는 기득권, 이란 공식이 있을지 모르나 우리나라의 현실 우파는 대략 세 부류다. 기득권을 가졌지만 애국심이 없는, 애국심은 있지만 기득권이 없는, 둘 다 있는 부류는 극소수 진성우파라 볼 수 있다. 애국심이 있지만 기득권이 없는 부류는 대체로 전쟁세대다. 이건 자존심의 문제인지라 이 나라의 기반을 다졌다는 자부심이 대단하다. 빨갱이와의 전쟁에서 나라를 지켰으며 그 폐허에서 물적 기반을 이뤘다는 주장이다. 동의한다. 하지만, 그 분들 입장에서 안타까운 것은 같은 우파라는 범주에서 애국이라는 이념만 가졌을 뿐 물질 기반은 다졌으나 실물 기득권이 없어서 애국심이 없는 부류에게 지배 당한다는 것이다. 언제나 행동대를 자처 한다. 전쟁이 없고 폐허가 아닌 시대에서 그 자부심을 표출하기 위한 분노로 행동한다. 이들은 가난하지만 애국이 있기에 풍요롭다. 하지만 언제나 기득권의 관심을 필요로 한다. 명분은 언제나 애국과 빨갱이다. 이 부류가 영리하기만 한다면 오늘날 완전한 미실의 부활이라 부를만 하다.
기득권을 가졌지만 애국심이 없는 부류들은 애국에 봉사하고 빨갱이에 치를 떨며 자본주의를 이 땅에 뿌리내리게 한 부류들의 권리와 물질을 상속 받은 자들이다. 이들은 애국적 우파, 민족 우파의 이념이란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돈이 되면 하고 돈이 안되면 안하는 자유주의 우파다. 이들은 실물만을 상속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정치이념과 경제이념을 분리하지 않는다. 그것이 권리, 즉 권력이며 권력의 생성 조합이라 굳게 믿기 때문이다. 따라서 물질을 만들었으나 그것을 증여하고 애국에 보험을 든 부류들은 여전히 생활비가 필요하기 때문에 이 자유주의 우파에게 자신들의 권리를 손 벌릴 수 밖에 없는 구조가 되버렸다. 자유주의 우파는 애국적인 일에 돈을 쓰지 않는다. 빨갱이라도 노동력이 있고 동일한 물질을 추구한다면 자유주의 우파에겐 환영이다. 돈을 써서 돈이 될만 하니까 말이다. 이들에겐 민족이나 국가 개념이 없다. 그것들은 이들에게 명분일 뿐이다. 이 부류는 사익에 영리하지만 국가에 대해서는 무지한 귀족들이다. 화백회의의 대등의 부활이라 부를만 하다.
선덕여왕에는 서민이나 백성이 존재하지 않지만 미실이 존재함으로서 계급투쟁의 역사를 그렸다. 오랑캐와 맞서 싸우는 애국투쟁의 역사가 결코 아니기 때문에 영리하지 못한 애국 우파들에게 아무런 감흥도 주지 못한다. 하지만 그 이념을 빗대어 권리를 행사하는 오늘날 기득권층에게 계급투쟁은 살벌한 정치적 경제적 도전이기에 이 드라마는 좌빨 드라마가 된다. 이런 정의가 가능해야만 애국 우파들이 깨어나 조건 없이 행동할 수 있다. 문제는 드라마에 존재하지 않는 백성들, 오늘날의 서민들이 이 드라마를 통해 현실을 목도하는가 이다. 목도는 하겠으나 행간을 조명하진 못한다. 우파도 좌파도 아닌 그들은 언젠가 골프채에 왁스칠 하고 그저 제 새끼들 잘먹고 잘사는데 미실의 역량이 참고될 수 있냐는 것이 관심이다. 그 참고를 현실에 적용하면 십중팔구 실패할 수 밖에 없는 대의 명문이 딱 하나 있다. 미실이 가진 애국 때문이다. 기껏 현실사회에서 찾을 수 있는 대의란 회사를 위해, 비전을 위해 가 전부다. 차라리 내 새끼를 위해 가 휠씬 숭고하기 때문에 '내 사람' 이란 개념이 만들어 질 수 없다.
미실은 국경에 있던 군대가 자신을 돕기 위해 출병하는 보고를 받고도 그 출병을 거두고 복귀하라는 명령을 내린다. 그 명령으로 자신이 최후를 맞을 것임을 알면서도 말이다. 신국을 위한 대의를 미실은 결코 버리지 않았던 것이다. 미실의 그런 숙연함을 오늘날 오마주 하는 것은 그야말로 비현실이다. 애국하겠다는 사람들 조차도 어떻게 애국을 해야 할지 모른다.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애국은 돈을 벌어 오는 것이다. 그걸 못하는 애국 우파들에게 삶의 이유는 당연히 빨갱이로 귀결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대개의 사람들은 여기에 논리나 정작 애국 따위는 더더욱 존재하지 않는다 생각한다. 왜냐하면 오늘날 현대인들은 애국을 거세한 미실을, 미실의 욕망을 추종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계급과 무관하게 부자가 되는 희망으로 기득권에 투표하는 것이 그들 나름의 계급투쟁이다. 그러한 사람들을 보듬는 척 실용적인 정치 수사로 현혹하여 그 희망의 끈을 놓지 않도록 하는 것이 오늘날 기득권이면서 애국심이 없는 자유주의 우파들의 사명이다. 제 새끼 잘먹고 잘살아야 하는데 우파나 좌파나 애국이 뭔 상관이란 말이냐, 미실의 역량을 참고하여 어떻게든 계급투쟁의 경쟁에서 살아 남아야 하는데 말이다. 신자유주의 시대의 영리하고 사려 깊은 중도 서민들이다.
하지만 어찌하냐.. 미실은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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