덤덤하게 텍스트를 응시하다가도 울화와 주위 깊지 못한 분노를 소비한다. 소비적일지라도 이것은 분명 공분의 퇴적일 것이라 믿는다. 이 명백한 사회적, 민중적 트라우마가 강력한 분출을 준비하는 꿈을 꾸며 야릇한 희열을 느꼈다. 하지만, 왠지 객관적 답답함, 슬픔 따위로 정신이 지친다. 힘들다. 그의 감상적 이미지들이 더더욱 정신을 혼미하게 한다. 술에 취한 밤, 그의 지지자였던 와이프도 힘들어 하길래 백세주 한병과 냉동닭을 사들고 가서 한잔 했다. 뜬금 없이 봉화에 함 가자던 남편한테 핀잔을 준다. 못갈 것에 술객기를 부리는 나를 너무 잘 안다. 나는 금새 골아 떨어졌다. 이런 경우엔 정신을 차리고 짐짓 똑똑한 척, 다 아는 척, 사리를 따져가며 말하는 것이 부질 없다. 분명한 건 분노다. 미담을 퍼뜨리며 인간적 슬픔에 젖는 사람들조차 근원의 분노를 찾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성급한 화해, 어리석은 망각, 선별적인 기억 따위로 분노를 용해시키는 일만 우리 스스로 조장하지 않으면 된다.
일단은 부질 없고, 허무... 권태로움까지... 알수 없는 일이다. 노무현을 열열이 지지하지도 않았고 그의 정책은 나에게 비웃음꺼리 였는데 이 슬픔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마치 내가 노무현이라도 된 것 같은 이 슬픔의 정체는 도대체 무엇일까. 분노일까?
검색어 '생활'에 대한 147 개의 검색 결과
- 2009/05/27 분노, 트라우마 by DrunkenSTAR
- 2009/05/23 야만의 시대 by DrunkenSTAR
- 2009/04/18 타이밍 by DrunkenSTAR
- 2009/03/11 생일 by DrunkenSTAR (1)
- 2009/02/28 환멸 by DrunkenSTAR
- 2009/01/07 유감 by DrunkenSTAR (1)
- 2008/12/17 만남 by DrunkenSTAR
- 2008/12/10 화요일 오후 3시 제주도 by DrunkenSTAR
- 2008/11/13 옹아리 by DrunkenSTAR (2)
- 2008/09/26 엄마 by DrunkenSTAR
대통령이었을 때는 탄핵으로 죽이고, 자연인이 되니 진짜로 죽여 버린 놈들이 가장 먼저 애도하는 야만의 시대를 보라. 그가 대추리, 한미FTA, 좌파신자유주의로 죽기 전까지 뇌물스캔들로 실망을 안겨 주었지만 수백명을 학살하고 수천억원을 해먹은 전두환, 노태우도, 지금 이 시간에도 민중을 탄압하는 이명박도 인간이랍시고 살아 있는데. 그는 오늘 아침에 뛰어 내렸으나 이미 그전에 떠밀려 절벽 아래로 떨어진 사람이다. 5명을 산채로 불속에 떠밀어 태워버리더니 이제는 집 뒤 절벽에서도 밀어 버린다. 인간을 이렇게 악랄하게 다룰 수 있는 인간성이 과연 인간성이란 말인가. 아무말도 필요 없다. 그의 죽음이 슬프다. 스스로를 버린 그의 깨끗한 영혼 때문에 눈물이 난다.
아무튼, 석방 축하~!
우리 사회도 석방을 축하 받을 날이 오기를...
오직 목적달성만을 위한 사회나 조직에는 희망이 없다. 모진 모욕과 상실감을 끝내 참아낸 이유는 오래도록 간직한 신의와 우정 때문이었다. 공은 공이고 사는 사라며 비난 받더라도 여기까지 끌고 올 수 있었던 에너지는 오직 그것 밖에 없었다. 다른 이유는 없다. 이 일도 언젠가는 끝난다. 하지만 불행이도 쉽게 용서하지 못할 뒷끝 몇개는 가지고 갈 생각이다. 아름다운 과정을 잊고 목적달성에만 매몰된 인간의 추함이란 어떤 것인지, 인간에 대한 환멸이 어떤 것인지 인생 내내 기억하기 위함이다.
어떻게 오고 갔는지 모를 새해가 왔지만, 여전히 마음속에 짐이 있다. 그 짐은 사상의 문제이거나 내 인생에 대한 경멸의 문제다. 나는 생활과 너무 다른 지향을 가지고 있다. 경멸해야 할 지점에서 나는 이해를 찾는 해프닝을 일상으로 받아 들이고 있다. 분노해야 하지만 나의 생활은 어떤가 뒤돌아 보면 경멸해야 할 현실은 나에게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가 없다. 그렇다 보니 지만원씨로 부터 빨갱이로 분류된 사람들을 만날 수가 없었다. 연말에 약속을 해놓고도 가질 못했다. '이 정권과 맞서는 것이 생각보다 많이 힘들어요', '어떻게 해볼 수 있는 도리가 없네요.', '그냥 만나서 웃는 얼굴 보여주세요' 라는데 이 대안 없는 웃음이 그들에게는 악랄한 모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멸하고도 남을 생활을 하면서 그저 웃음이라니, 기가막힐 노릇이다. 마치 먼 나라의 이야기처럼 들리는 이 나라의 판타스틱한 리얼리티에 대한 접근을 통제하면서 나는 새해를 맞았다. 나의 생활은 명백히 내가 경멸하던 세계의 중심에서 작동되고 있었다. 누가 강요하지도 않은 공정한 스스로의 판단에 따른 것이다. 나는 변했는가? 그것도 아니면서 나의 경멸에 쏟아 내는 열정이라니... 이를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
언제나 사람 좋아 보이는 얼굴인 김국현님을 포스코 지하에서 우연히 만났다. 밖에서 술한잔은 해줘야 친구가 되는 정신구조상으로 보자면 김국현님은 아직 친구는 아닌 셈이다. 근데도 사람 참 좋은 미소로 마음을 싱숭생숭하게 만든다. 오래전 내 누추한 세미나에 자전거를 끌고 와서 근 3시간을 앉아 계시다가 돌아 가셨는데 그때도 "언제 술한잔 해요" 가 인사였고 엇그제도 같은 마지막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올해 남은 저녁 스케줄을 훌터 보았다. 이거 대뜸 전화해서 한잔 하자고 해도 될지 모르겠다.
화요일 오후 3시 제주도 중문단지에서 컵라면 하나 먹겠다고 편의점을 찾아 다녔다. 연리지 식물원 건너편 패미리마트에는 뜨거운 물이 다 떨어 졌단다. 직원은 성가신 표정도 아쉬움도 없었다. 중문단지에 분식집이 있던가? 어제 말아 마신 술이 여전히 뱃속에서 파도타기를 한다. 잔득 구겨진 속이 미쳐 풀리기도 전에 단출한 산행을 한 후 였다. 컵라면은 있는데 물이 없다. 오전 산행으로 인해 와이프가 들으면 입이 삐쭉 나올 '괜찮음' 을 발견했다. '등산 이거, 괜찮네' 화요일 오전 제주도 한라산행은 차마 누리지 못할 만큼 상쾌한 뻐근함이라고나 할까. 잦은 제주도 방문에도 불구하고 한라산 정상을 먼발치에서 본 적이 없었다. 제주도 택시아방도 겨울에 저렇게 한라산을 또렷히 볼 수 있는 것은 행운이라고 했다.
주상절리 근처에서 떠날 시간을 가늠하고 있는데 방파제 위에서 해녀어멍 몇이 통곡을 하고 있었다. 어멍 한분이 이미 숨이 끊어진 듯 축 늘어져 있었다. 심장마비였다. 구급대가 도착했지만 심장마사지 몇번 하더니 얼굴에 담요를 덮어 급히 실어 갔다. 해녀어멍이 누워있던 자리에 물기가 축축하다. 12월9일 화요일 오후 3시, 제주도는 봄날처럼 더웠고 세상의 모든 물기는 전속력으로 말라가고 있었다. 내 손엔 여전히 컵라면이 들려 있었고 급히 베낭 안에 쑤셔 넣었다.
출산 휴가를 끝내고 회사로 복귀한 아내가 복귀한지 얼마 되지도 않아 2박3일 워크샾을 가게 됐다. 갓난 아기 핑계로 빠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으나 아내의 회사는 허락하지 않았다. 너만 애 키우냐, 따위의 아주 유치한 이유로 말이다. 어쩔 수 없이 어머니가 종일 맡아 주시기로 했다. 나 마저 그 잘난 프로젝트에 목이 매어 야근이 잦은 터여서 아침에 잠깐 보고 밤 늦게나 되어야 아이를 잠깐 안아 볼 수 있었다. 아이는 뭘 아는지 모르는지 시큰둥한 표정이다. 아이를 한팔에 안고 아내에게 전화를 했다.
현지야 엄마하고 전화해 볼래? 여보, 현지 안고 있으니까 한번 불러봐
아내가 전화 넘어로 현지야 현지야 부르기 시작하자마자 아이는 금새 표정이 달라지고 전화기 속으로 빨려 들어 갈듯이 몸을 뒤틀어 얼굴을 기울여 들이 민다.
여보, 당신 목소리 어떻게 알아 듣고 전화기로 얼굴 들이 민다.
그새 아내의 목소리가 뚝 끊기 더니 미안해 미안해 하며 펑펑 운다.
괜시리 나도 울컥해서 울고 말았다.
애기랑 처음 떨어져 보니 울만도 하지, 어머니가 한마디 거드시고 아이를 재운다며 들쳐 업으신다.




당신의 의견을 작성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