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별 없는 미소

2006/03/14 18:34 / 사진
봄이 바람의 언덕을 넘었건만, 얼마나 눈물을 흘리면 그대 처럼 봄꽃 같은 미소를 낼 수 있는 것인가?
파타야에서 소외와 멸시을 넘어 온 짠한 봄을 보았다. 한 세상, 우리가 머무는 모양이 고작 여성 아니면 남성인데, 되어야 하는 것 되지 못하던 그대는 얼마나 추웠던가. 비록 지금은 양지의 무대에서 성가신 호기심이 열광이 되었다가 이내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시들어 버리면, 그대로 그 외로움이 여성이면 어떻고 남성이면 어떠랴, 누구라도 곁에 있어 줄 수만 있다면 그것이 사랑이 아니면 어떠랴.


내 온기로 너를 품어 여직 내가 살아 있는 줄 알아, 가슴 켠을 열어보니 내 온기는 심장 가장자리에 겨우 보이는 작은 불씨, 내 가슴 덮히기에도 모자랐다. 그동안 너는 얼마나 추웠는가...





[태국, 파타야, 알카자쇼극장]
2006/03/14 18:34 2006/03/14 18:34
DrunkenSTAR 이 작성.



네가 좋다, 낯선 길에서 지친 몸이 발견한 작은 찻집처럼... 10년 넘게 아줌마 혼자 토스트와 블랜디 커피를 만들어 내고 예의 바른 추억이 눈물을 쏟아 내게 하는 찻집처럼...




나의 염려, 나의 마음, 나의 고백... 다정한 너의 시선, 그때 넌 웃었던가? 커피를 다 마셔가는데 생각이 나지 않는다. 지나치게 빠르고 힘든 날, 비로서 살이 빠져나가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어느 해이해진 시간에 기나긴 꿈을 꾸고와 그 꿈이 너무 슬펐다고, 그래도 그 모습은 전혀 어둡지 않았던, 나는 계속 네 곁에 있을 테니 그 꿈을 얘기하며 이 찻집에서 울어도 된다고... 네가 좋다. 너의 비밀을 하나씩 들을 수 있었던 찻집 만큼.
2006/01/20 00:10 2006/01/20 00:10
DrunkenSTAR 이 작성.

테란 대 테란

2006/01/19 23:28 / 사진


말의 원본이 하나였던 때 라면, 나는 이 친구와 얘기를 하며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도 되었겠다. 모국어가 달라도 이 친구는 나를 기꺼이 자기들 파티에 초대했으나, 누추한 여행객은 파티에 가지 않았다. 갔었다면 30분간이나 독한 칵테일 두잔과 나르길레를 나눠 피우면서도 서로 물어보지 않은 이름을 알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드미트리가 주인인 오사카의 어느 바에서 나는 이 친구의 정체성도 모르면서 술과 담배로 소통할 수 있었다. 말이 달라도 이 친구와 나는 종족이 같아서, 같은 파이프에 서로 입을 대고 스팀팩을 빨 수 있었다.
2006/01/19 23:28 2006/01/19 23:28
DrunkenSTAR 이 작성.

제주도

2005/12/10 13:07 / 사진



한덩이 몸이 그리 상하지 않아 성산에 가보았더니, 이생진 선생이 살림을 차린 바다가 설교를 시작한다. 소주 한병 주거니 받거니 해야 옳은데 언덕에서 지쳐 남들이 서로 앞질러 오르는 봉우리, 쳐다보기만 했다. 단번에 미끄러지는 법을 먼저 배우는 아이가 있어, 어디 사냐고 물었더니 낯선 사람에게 제 거처를 숨기는 법도 배웠나 보다.
등대에 기대어 코골고 주정을 해야 옳은 데, 내가 너무 당신에게로 가지 않아 생긴 탈에 대해서 혼자 고백하고 혼자 고독해했다. 아이는 미끄럼이 계속 즐거운지 제 거처도 잊고, 나는 내 거처와 골목을 떠올리며 성산을 내려왔다. 아이에게 앞으로 사랑하거든 네 거처를 먼저 얘기하는 법을 알려주고 올 걸, 깜박했다.
2005/12/10 13:07 2005/12/10 13:07
DrunkenSTAR 이 작성.

반추

2005/11/30 19:12 / 사진


낫 끝, 호미 끝 멈춘 계절의 논밭에서 내 반추의 내역은 그곳에서 시작한 것이 아니기에 세상의 어떤 짧은 사물보다 짧고 간결하다. 바다를 바라보는 것은 사람과 벤치 뿐만 아니라, 노스텔지어의 손수건이라 배운 약관의 나이로 부터, 만남의 새벽을 거쳐 이별의 석양을 윤회하는 이립의 나이까지, 세상을 경멸하던 처절함과 아름다움이 백지장으로 맞다아 있는 짧은 반추. 어떤 이의 눈물이 쓸려 오는 줄만 알았던 천년의 바람에 맞서서 모든 이를 이롭게 하지 못해도 거대하고 위압적인 바람개비는 세상의 경멸과 아름다움의 혼합. 인생과 관련된 모든 텍스트의 돌고 도는 동어반추.(제주도, 한림)


바람이 불어오는 곳 from 키슈페이퍼
2005/11/30 19:12 2005/11/30 19:12
DrunkenSTAR 이 작성.

이제, 익어주세요.

2005/11/16 22:59 / 사진
경기도 양평, 팬션 주인할머니


적빈한 자 아니거든 가만히 겸손해라, 존중 받아 마땅한 인간에게도 오래도록 발효되는 장독이 필요하다. 설익은 김치에 서걱서걱 소리나듯, 노동 없이 말로 지배하려는 기생충알 같은 인간들이 득실대는 세상을 반대한다. 노동은 노동 자체로 신성 받아야 하는 것. 그 어떤 이데올로기 보다, 그 어떤 다수결보다, 그 어떤 권리보다, 노동 그 자체가 앞서야 한다.
2005/11/16 22:59 2005/11/16 22:59
DrunkenSTAR 이 작성.

고마워

2005/10/27 19:59 / 사진

햇볕,
잘 살았구나, 노래질때까지.
바람
잘 돌아왔어, 누구의 울음을 대신 울어주어주고.




잘 익었구나, 옥천면에 굶는 사람 없도록.
2005/10/27 19:59 2005/10/27 19:59
DrunkenSTAR 이 작성.

당부

2005/10/25 19:56 / 사진
[무인 운영되는 '아신역']

기차표를 쥐고 잠시 앉아 있던 여자는 이밥 연기 나는 고향을 바라보지 못했다. 아무도 모른다, 세상이 사랑해주지 않으면 이 여자는 2시간마다 한번씩 무궁화호가 지나가는 역사에서 붉은 침목이 될 것을. 영화같은 운명이란 없다. 있을 법한 것은 없는 것, 모든 없음은 모든 있음, 떠나온 곳에서 이 여자가 배운 유일한 욕심이다. 지금 여자의 욕심은 꼭 있어야 하는 것, 세상의 사랑이다. 여자는 모른다, 모두가 부족한 것을 욕심내고 있다는 것을. 다시 여자의 운명이 있을 법한 것은 없는 것이 된다. 여기로 온 이상, 여자는 모든 없음이 되어야 한다. 거기서 여자는 잊혀질 것이고, 운명도 바뀔 것이다. 그때, 통에 넣은 차표를 다시 손에 쥘 것이다.


대신,

그때까지, 어디에서 든지, 계속, 살아주세요...
2005/10/25 19:56 2005/10/25 19:56
DrunkenSTAR 이 작성.

너는 내가 꾸는 꿈

2005/10/25 19:42 / 사진
[무인 운영되는 '아신역 대합실']


조막만한 볕에 노곤함을 느끼던 기다림이 오직 홀로인 곳, 바튼 잠이 다리를 움찔거리며 깨어 봄 직한 거울 속 벤치... 너를 꾸던 나의 꿈은 볕 곁에 내 놓은 벤치처럼... 홀로다.
홀로, 따뜻하게 밝다.
2005/10/25 19:42 2005/10/25 19:42
DrunkenSTAR 이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