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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5/04/20 나이와 내공 by DrunkenSTAR

나이와 내공

2005/04/20 22:59 / 생각
나이에 대한 담론은 그다지 달갑지 않은 소재다. 사람과의 소통에 나이만큼 안락하게 금가르기를 할만한 잣대가 없는 것도 사실이긴 하지만, 오직 나이에 의한 금가르기는 가부장적 규범에 의한 지표로써 강박관념과 고정관념의 주된 생산처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양적 나이와 질적 나이에 대한, 역시 달갑지는 않지만, 촌철살인은 다음과 같다.

요즘 사람들은 좀처럼 나이를 먹지 않는 것 같다. 영양이 좋아졌고 화장술과 성형 의술이 발달해서 그렇게 보이는 것도 있겠다. 그렇지만 본질적인 가장 큰 이유는 나이를 먹기 싫어하는데 있지 않나 싶다. ...과거에는 나이를 먹는 건 점점 더 존경을 받게 된다는 것을 의미했다. 나이를 먹을 사람들이 존경받는 극적인 예는 무협지에 있다. 무협지의 고수들은 나이를 먹을수록 무공이 높아진다. ...오늘날에는 나이 먹은 사람을 부양 대상이요, 시대에 뒤떨어진 인물이요, 신기술, 신문물에 적응할 수 없는 덜떨어진 인간으로 취급하기가 일쑤이니 누가 나이 먹는 걸 달가워하겠는가. 그래서 악착같이 나이를 덜 먹으려고 하고 먹은 나이도 물리려고 한다. 이십대의 생각으로 삼십대를 살고 삼십대의 말투를 사십대가 쓰고 불혹의 사십대가 할 법한 주장이 천명을 안다는 오십대의 입에서 흘러나온다. ...한 살 더 나이를 먹을 때에 한번쯤 내 삶의 내공이 나이와 일치하는가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다.
[나이와 내공] 성석제


그렇다고 굳이 금가르기를 하는 호모 폴리티쿠스에게 나이가 아니라 내공을 지표로 삼으라고 하면 사회는 강호로 변할테고, 내공에 관계 없이 편하게 나이를 드시며 정책도 '너 나이 몇살이야' 로 따지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에 대한 예의지국적 국민의 자세는 아닌 것 같기도 하다. 때론 순식간에 권위가 필요할 때 순식간에 그 자세를 잡아주는데 필요충분하기도 하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어떤 것들이 명확해지는 경험의 축적 현상이 일어나기도 하지만, 대체로 강박관념이 줄어 들기를 바랄 때가 많다. 나이와 내공의 함수 관계, 집행유예 기간을 둔 결혼, 부르조아로 요약되는 사회속의 경쟁적 위치는 그 강박관념 이상이다.
나이에 따른 내공의 발산은 다분히 경험론에 기대어 있는 논리다. 포스트 모더니즘을 통해 전통적 규범이 깨지면서 나이가 그대로 내공이 되는 자연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다. 성석제 선생의 얘기는 그런 것이다, 나이가 들면서 자연히 존경받고 공경하는 시대가 아니고 부터 사람과의 어떤 소통에서 건 '몇 살이야' 로 순서를 정하게 되면 바로 병신 소리를 듣게 된다는 것이다. 내공이 왜 내공이겠는가? 액면을 까뒤집지 않고도 이면의 분위기가 액면을 압도하는 것 아니겠는가? 오늘날의 내공은 손바닥에서 나오는 장풍의 세기가 아니라 '살아 보여주는 것' 아니겠는가.

나이와 내공의 관계로 생기는 피치못할 현상의 명확함은 비로서 자의식에 대한 새로운 세계적 인식이다. 명확함은 불분명했던 나와 세계, 나와 배경에 대한 선이 또렷해짐을 의미한다. 따라서 명확함은 흡수가 아니라 다양성이 되고 이 다양성에 대입한 사상으로 인해 좌우가 되기도 하고, 제국주의자가 되기도 하고 자유주의자가 되기도 한다. 나이가 숭배해야 할 내공은 '나의 정체는 무엇이고 그것으로 살아 보여주는 것' 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 나이가 들면 그걸 잊고 독선과 편견으로 살면서, 사는 걸 보는 사람들로부터 병신 소리를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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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4/20 22:59 2005/04/20 22:59
DrunkenSTAR 이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