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깃발을 들었다. 깃발은 처음 드는 것이라 좀 겁이 났다. 그랬을까, 순간 '깃발 앞으로' 란 외침이 대오의 앞에서 부터 전달 되어 이어졌다. 나중에 안 이유지만 경찰이 소화기를 뿌리면 깃발을 흔들어 소화분말을 날려 버리기 위해서 깃발은 앞에 선다. 오늘은 어떤 세상이건 바꿔야 겠다고 생각했다. 그 세상은 지금 이 세상보다 분명 나을 것이라 생각했다. 이명박의 치졸한 말 바꿈이나 인간에게나 기대할 수 있는 반성 따위가 이명박이나 이 정권의 덩어리들에게 바란다는게 얼마나 순진한 인간다운 정념인지 깨달았다. 시민들은 흥분했다. 백주 대낮에 주부, 국회의원, 노인의 사지를 들어 연행하더니 심지어 초등학생까지 연행했다는 믿기 힘든 사실에 자유발언이나 연좌 따위로 시간을 끌지 말자고 들썩였다. 새문안 교회 골목으로 수천명의 시민들이 진입을 시도했다. 틈은 좁았다. 어김없이 소화기 분말이 뿌려졌고 순식간에 전경 2명이 끌려 나왔다. 몇명은 발길질을 했고 몇명은 그들의 무장을 해체 시켰다. 나는 순간 풀어줘라 고 소리쳤다. 전경 둘은 대오 끝으로 끌려갔고 뒤쫓아간 사람들은 풀어주라는 쪽과 풀어주지 말라는 쪽으로 갈렸다. 하지만 그들은 이내 풀려났고 전경 무리로 돌아 갔다. 살수차가 머리 위를 맴돈다. 방송을 하던 여경은 불법집회, 폭력행위를 중단하라고 신경질을 내기 시작한다. 이 여경도 이준기에게 충고를 하던 현직 경찰관처럼 한번도 불법이나 폭력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본 적 없다는 말투다. 매일 밤마다 해방구가 되는 세종로사거리의 시민들에게 불법이나 폭력이니 하는 방송이 무슨 의미가 있으며 그 불법은 불복종으로 그 폭력은 폭력에 대항하는 폭력이라는 것을 적어도 스스로 학습한 시민들이다. 여기저기서 프락치와 조중동 기자들이 잡혀 시민들에 둘러 쌓여 있다. 서슬 퍼런 시민 수백명에 포위되어 언어적 린치를 당하고 있는 이들의 눈은 잔득 겁에 질려 있었다. 그동안 자신들이 행한 패악질을 반성하는 것일까. 아니다 이들은 이명박과 한덩어리다. 절대 반성하고 재학습할 인간들이 아니다. 새문안 교회 골목은 앞에서 살수하고 골목 뒤에서 막으면 여지 없이 토끼몰이가 되는 지형이다. 빠져 나와야 했다. 겨우 1~2천명이선 어렵다. 이쪽은 뚫어 내기 힘들다. 여기저기서 주차장 담을 넘어 다시 진입을 시도하고 뚫렸다는 섣부른 정보가 전달되었다. 대오 끝으로 나오자 금강제화 골목을 막고 있던 전경버스 한대에 밧줄을 묶어 시민 수십명이 끌어 내는 중이다. 세종로 사거리와 새문안 교회 골목, 금강제화 골목, 시민들은 세방향에서 진입을 시도 중이지만 대오가 뭉쳐지지 않는 상황이었다. 지도부의 부재. 지도부가 시위를 조직적으로 이끌 필요성 보다는 지도부가 없는 시민들이 개별적으로 움직이는 바람에 곳곳에서 부상이 더 심하다. 곧 살수차에서 무시무시한 압력의 물이 쏟아져 나올 것이다. 애초에 소통이란 이 정권의 두뇌속엔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그 립서비스 마저도 철회했기 때문에 더욱 빨리 살수될 것이다. 이명박을 대통령이라 부르는 것 자체가 호사다. 하지만 이제 무엇으로 승리할 것인가. 사람들은 추가 협상을 했으니 이제 그만 하라고 한다. 이런 사람들이 문제다. 요구사항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촛불 들고 소풍 나온 사람들의 입은 이처럼 가볍다. 이런 사람들이 도로 이명박을 만든다. 거리에 나온 시민들이, 주권자가 요구한 사항이 관철 될 때까지 절대 물러서자는 말을 할 수는 없다. 이 정도에서 물러 난다면 시민행동과 항쟁의 역사에 깊은 패배주의를 남길 것이다. 이것은 민주주의 종말을 의미한다. 아직은 민주주의다. 이명박은 우리 힘으로 하야 시킬 수 있다. 우리가 승리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우리가 국민이기 때문이다. 다른 이유 없다.



당신의 의견을 작성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