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아내의 아기

2008/04/22 03:16 / 생활

3일전 태어난 나와 아내의 아기는 아직 '딸' 로 불린다. 나와 아내의 딸은 여느 사람이 생각했던 어여쁨보다 더 이쁘다고 얘기하여진다. 자기 자식을 말하는 부모가 으례 그렇듯 나는 '빈틈 없다' 고 대답해 준다.(아비는 모두 거짓말장이다.) 다 접어 두고, 겨우 3일이 지났지만 아기를 보는 시간 시간이 기가막힌 기적과 같았다. 그랬지만, 아내는 모유가 잘 나오지 않아 헛젖을 빨다가 울어 버리는 아기를 보며 굵은 눈물을 몇차례 흘렸고 나도 아내를 달래다가 부여 잡고 울고 말았다. 세상일에 시니컬하고 덤덤했던 나도 아기를 굶길 수 밖에 없는 것도 아닌데 잠시 모유가 돌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울컥해버리는 모습이 영 이해 불가능이다. 앞으로 아기를 대하는 나의 마음에 얼마나 빈틈이 많을 것이며 이해 불가능한 감정들이 엉커버릴지 가늠할 수가 없다.

내 아기가 인생을 시작하던 날, 5명의 아기가 같이 또는 옆에서 태어났다. 모두 건강하길 바란다. 최소한 내 시야에 6명이 이 세상에 추가되었다. 부모라는 이유로 내 아기가 되었고 앞으로 수많은 빈틈과 이해 불가능으로 세월이 흘러 가겠지만 이 세상에 빈번히 일어나는 어느 시시한 시작일지라도 모두... 이 아기에게 축복을, 그리고 그 부모에게 책임을.

2008/04/22 03:16 2008/04/22 03:16
DrunkenSTAR 이 작성.

진통

2008/04/16 03:15 / 생활
이틀동안 촉진제를 투여했지만 듣지 않자 아내는 이내 녹초가 되어 잠이 들었다. 아기는 아직도 진통을 만들어 내지 못했다. 아내는 막연한 진통보다 그것을 예감하는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세상을 다 아는 것처럼 굴었던 내가 '그냥, 그냥' 하며 눈물을 흘리는 아내와 아무것도 모르고 부지런히 숨을 할딱거리는 아기 앞에서 제 체온만 유지하며 손 잡아 주는 것 밖에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게 기가 막혔다. 나는 이런 엄청난 공포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었다. 그동안 나는 얼마나 세상을 정직하게 이해하지 못했던 것일까. 아이의 탄생이 아름다운 기억이라고는 하지만 지금 이 시간에 아내와 아이가 아름다운 생각으로 기분 좋은 순간을 그려내는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애써 그렇게 기억될 것을 미뤄 짐작하고 끝내 위로할 뿐. 그 고통을 지켜 보고 함께 한다고 해서 선량한 남편이 되진 않는다. 그 고통을 지켜 보았다면 함께 한다는 말이 터무니 없는 연민일 뿐이란 것을 잘 알게 된다. 운동 잘 안한다고 구박하고 밥 잘 안먹는다고 잔소리를 떨었던 나는 얼마나 작고 초라했던가, 홀로 숨을 참으며 진심으로 기적같은 일을 준비 하고 있는 아내는 적어도 나보다는 휠씬 거대하고 숭고하다.
2008/04/16 03:15 2008/04/16 03:15
DrunkenSTAR 이 작성.

기분

2008/04/15 14:55 / 생활
곧 아기가 나올 조짐이다. 서둘러 병원에 왔지만, 조짐이 진통이 되려면 시간이 필요 한 듯 하다. 기다리는 것도 아니고 확실한 걱정도 아닌 기분, 그러다가 갑자기 쏟구치다 내쳐지는 기분, 가끔은 나도 모르게 주문을 중얼거리는, 이런 기분이 처음이라 당황하는 것처럼 세상의 모든 공기며 소리가 처음인 아이의 기분은 이 보다 얼마나 더 충격적일까. 나는 감히 상상을 하지 못한다.
2008/04/15 14:55 2008/04/15 14:55
DrunkenSTAR 이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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