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퍼런스 스피커로 나가면 종종 이런 질문을 받는다.
"클라이언트가 요구사항을 자꾸 바꿔여, 어떻게 해야 하죠?"
"요구사항은 사람 마음 입니다, 움직이는 겁니다. 바뀌는게 당연하죠."
"..."
"클라이언트가 뭐도 모르면서 아는척해서 힘들어요"
"모르니까 여러분을 돈 주고 부른거죠, 아는척 하는 것 받아 주는 것도 프로젝트의 일부분 입니다."
"..."
"무슨 짓을 해도 클라이언트와 관계가 안풀려요, 어떻게 해야 하죠?"
"프로젝트 하시면서 여자친구 계속 만나십니까?"
"네"
"프로젝트 하시면서 동창회도 나가시고 그러시죠?"
"네, 연말이라 모임 많죠..."
"마지막으로 영화 언제 보셨는지요?"
"지난 주말에요.."
"그러니까 클라이언트와 관계가 안풀리는게 당연하죠... 그 시간에 클라이언트와 대화 하세요"
어차피 인간이 하는 일에 인간 관계가 없고 업무 관계만 존재하는 방식은 없다. 사람들은 업무하는데 인간이 개입하면 나이브하다고 생각한다. 과연 그럴까? 불행하게도 우리나라 비즈니스 환경에서는 그렇치가 못하다. 개나 소나 글로벌 스탠다드 한다는데 글로벌 스탠다드는 사람이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프로세스가 일 하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의 비즈니스 환경은 프로세스가 일하는 것이 아니라 커뮤니케이션이 일을 한다. 더 인간적이라서 좋을까? 아니면 그것이 옳을까, 그를까? 그래서 프로세스가 일하도록 체제를 바꿔야 할까? 알 수 없다. 다만, 일이 되게 하는 방법 중에, 최소한 우리나라의 환경에서 인간을 빼놓는 것은 감히 오류라 말 할 수 있다. 이것은 용기와 지난한 대화를 대하는 자세이다.
검색어 '프로젝트'에 대한 3 개의 검색 결과
한두달전, 구글로 부터 들어온 인바운드 영업에 대해 회사 내에서 말이 많았나보다. 언어가 달라도 구글 유저 인터페이스의 아이덴티티는 글로벌적으로 변하지는 않는다. 한국의 인터넷 인프라와 문화의 발전은 다분히 자생적이다. 미국이나 유럽의 인터넷을 닮아 있지 않고 기술의 진보 측면에서도 결코 그들과 뒤떨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글로벌 기업이나 서비스가 한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 겪는 어려움 중에 하나가 한국적 상황에 맞출 것인가 아니면 글로벌 패턴을 그대로 유지할 것인가 라는 점이다. 그동안 200억에 달하는 R&D 투자를 계약하고 여러 포탈 업체의 인수설까지 가십되던 구글의 한국 시장 진출 전망에 있어서 초미의 관심사 중에 하나가 바로 구글의 메인페이지와 검색 결과 페이지의 새로운 구성이었던 것은 업계 뿐만 아니라 사용자들 사이에서도 회자된 이야기다.
즉, 검색 포탈이 주도하는 한국의 인터넷 시장에서 검색과 다양한 사용자 어플리케이션 통합 위주의 구글 전략을 일부 수정할 것인가 아니면 현재의 사업 방향을 그대로 유지할 것인가 라는 점은 http://www.google.co.kr 의 모습에서 판가름 날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의 모습을 유지할 경우, 구글은 여러 나라에서 적용하고 있는 전략을 한국 시장에 그대로 도입하여 한국의 인터넷 문화에 변화를 꾀해야 할 판이다. 하지만, 전세계 검색 시장의 60% 를 차지 하고 있는 구글의 고자세가 중국의 보안 당국 앞에서 그들의 민주적인 철학을 버린 사례는 비즈니스를 위해 얼마든지 현재의 구글에서 변화할 수 있다는 탄력적인 자세를 보여 주었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일까? 구글이 한국의 몇몇 웹에이전시에 검색 서비스의 유저 인터페이스를 한국적으로 바꿀 수 있는 제안을 해달라는 요청을 했고 그와 같이 접수 되었다.
구글의 영업 문의를 드롭(영업, 제안 참여를 하지 않는다는 용어)결정하는데 걸린 시간은 채 1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영업이나 제안 요청을 접수 받고 참여를 결정하는데 검토해야 하는 지표는 대략 1)사업성이 있는가? 즉 사업을 할 역량과 의지가 있는가? 예산이 있는가? Profit 을 낼 수 있는가? 라는 기본 사업성에 관한 Check Point 를 만족하는지 살피는 것이다. 2)내부 자원이 있는가? 즉 사업을 수행할 인적 물적 자원이 있는지 파악한다. 자원이 있고 없음 뿐만 아니라 자원은 있되 해당 사업을 잘 할 수 있는 자원인가 판단한다. 3)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하는가? 즉 단기적으로 사업성이 없지만, 장기적으로 역량을 확대하고 영업 시너지를 높일 수 있으며 향후 어떤 시점에 이익을 날 수 있는 구조가 될 수 있거나 직접 수익이 아닌 간접 가치가 증대될 수 있는지 파악하게 된다. 우선 순위는 당연히 사업성이다.
제 아무리 구글이라도 없는 건 없는 것이다. 구글을 대상으로 비즈니스를 삼는 입장이라면 구글의 사업역량이 그 판단의 기준이 될 수는 없다. 구글의 유저 인터페이스를 한국적으로 개편하는 프로젝트, 즉 구글 유저 인터페이스의 로컬화라는 사업을 하는데 있어서 로컬화를 통해 구글이 이룰 목적과 그 사업 자체를 논하는 입장 과는 별개로 취급되어야 한다. 예산은 있는가? 견적을 보고 결정할 것이란 말은 일단 예산이 없다는 것과 같은 말이다. 일정은 어떻게 되는가? 보고하고 협의 중이란 말은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이란 뜻이다. 당장은 살펴본다는 말은 아직 의사 결정도 타당성 검토도 내부적으로 진행중이란 뜻 되겠다. 언제 할지도 모르는 사업에 사람을 투입시키고 보는 것은 경영상의 도덕적 해이와 진배 없다. 의사 결정은 어디서 하는가? 구글의 글로벌 특성상, 당연히 이 부분은 탑메니지먼트가 결정할 사안이다. 캘리포니아에 있는 최고 의사결정권자까지 공유가 되어야 하는 상황은 그것만으로도 몇달이 걸릴 수 있다는 얘기, 즉 사업 의지가 약하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게다가, 구글의 유저 인터페이스를 단기간안에 한국적으로 바꾼다는 전략은 포탈화 전략이라던가 서비스 전략 차원에서 검토가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고부가가치가 될 수 없고 따라서 전체 사업성은 매우 떨어진다는 판단이 가능하다.
자원은 있는가라는 측면에서 구글의 의사결정이 글로벌하게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에 언어 소통 가능자가 필수일 것이다. 투입 예상 인원 중에 단 한명이라도 다양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해야 하는데 그런 자원이 없다. 구글의 파급효과상 많은 유저들의 평가에 직면해야 함으로 상당한 수준의 HCI 및 UI 지식 베이스와 함께 상당한 숙련도의 기술자가 프로젝트를 진행해야 한다. 당장은 그런 수준의 기술자가 없다. 이왕 노동임금을 받고 하는 것이라면 잘해야 하는 것이 상호간의 비즈니스 신의일텐데 내부 자원이 아주 없기도 하고 다른 프로젝트를 하고 있기도 하여 뺄 자원이 없다면 본 프로젝트를 할 수 없음으로 결정한다. 이런 저런 판단을 유보하고 일단 수주하고 보자는 것도 경영을 하는 사람으로써 일종의 직무유기다. 마지막으로 전략적인 판단에서 구글은 네이버 보다 휠씬 매력적이다. 하지만, 앞의 두가지가 너무 충족이 안되는 경우, 지나친 욕심은 판단을 흐릴 수 있다. 본 건에 대해서는 아깝긴 하여도 이번엔 상황이 허락치 않으므로 드롭이다. 다른 프로젝트를 잘하고 있고 그리고 계속 잘한다면 기회는 있다. 없어도 지난 일을 아쉬워하지 말고... 따라서 구글의 제안을 드롭한 이유가 되겠다. 사업성 판단해서 안되는 건 구글 할아버지가와도 안되는 것이다.
남 걱정할 때가 아니다. 아무리 잘났어도 슈퍼맨이 될 수 없고, 그렇다고 영웅인양 나서서 남의 허물까지 책임져야 할 만큼 한가하지 못하다. 원복(원상태로 복구, Roll Back)의 의미는 경험상 복잡한 이해관계를 양산하게 된다. 지루하고도 치졸한 책임공방을 치루기 위해 이해관계자들의 정밀한 야비함마저 요구하기 때문에 이전에 쌓아 놓았다고 생각한 인간관계조차도 일시에 허물어 진다. 그것이 시스템에서의 원복이 가지는 정치성이다.
시스템을 구현하고 런칭을 시키는 유종의 미의 순간에 원복의 가능성은 예상 스케쥴 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이었다. 최소한 그동안 종사하였던 10개의 프로젝트를 통해서는 그랬다. 어느 클라이언트가 우리가 남들과 다른 조직적 차별성은 무엇인가? 크리에이티브인가? 마케팅인가? 라고 물으면 '문제 해결 능력' 이다, 라고 답하던 자신감이 무색할 정도로 처음 당해보는 원복의 순간이 촉각으로 다가오자 분위기는 살벌해지기 시작한다.
여러 부분을 맡고 있는 책임자들은 문제 해결의 능력을 보이기 보다는 일단 침묵한다. 침묵은 조직 처세 중에서 면피의 기초 작업이다. 말을 아낀다는 것은 언변의 실수도 있겠지만, 일단 은폐하고 조용히 해결하려는 의지의 표현이다. 이럴 때 최선을 다한다는 것은 때로 독립군이란 소리를 듣는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최선을 다해 문제해결을 한다는 것은 동업자였다는 일말의 인간적 유대마저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고, 결정적으로 그렇게 보이기는 싫다.
아직 원복의 의미를 체감하지 못하는 팀원들에게는 원복되면 두달동안 집에 못갈줄 알라며 엄포를 놓는 긴장감 서린 선언으로부터 시작한다. 스케쥴에만 있었던 가능성을 존재치않게 하기 위해 어떤 것이든, 어떤 작고 하찮은 단서든 찾아 낼 것을 종용한다. 내가 하는 일은 이런 것이다. 문제를 파악하고 종용하거나 모티브를 주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 실행하여 조직을 움직이게 하는 것이 나의 일이다.
결국 72시간동안 경험해보지 못한 원복과의 사투를 벌인 끝에 현재 원만한 운영 중이다. 8개월, 객지생활, 2주간 런칭 준비, 마지막 72시간의 힘겨운 철야... 오늘은 삼겹살과 소주가 제격이다. 이제 비가 내리는 것이 보이기 시작한다. 마음속에 조금씩 틈이 생기고 있다. 비가 내려 살벌하게 바뀐 환경도 원상태로 복구 되어야 할 텐데... 큰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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