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솔

2008/09/06 02:13 / 생활
마음이 불편했을 때 방법을 찾거나 반성을 하거나 했어야 했다. 하지만 마음이 불편했을 때는 이미 방법을 찾거나 반성을 해야 하는 시점을 지나온 후다. 너무 빨리 달린다, 숨이 차다, 느낄 때마다 왜 그런지 아직 멀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의미 없는 관성을 카타르시스로 생각하는지도 모를 일이다. 의미 없는 관성, 하지만 그때마다 갈 수 있다, 도착할 수 있다, 더 빨라도 견딜 수 있다며 가열차 지는 일은 의미 없는 관성 이전에 관성을 있게 한 경솔함이 있었기 때문이다. 살펴보지 않고 관찰하지 않고 다시 나를 되돌아 보는 성찰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상하게도 그 경솔함은 빨리 느끼면서 관성은 한동안 느끼지 못할 뿐만 아니라 카타르시스라고 착각까지 하게 만든다. 한번 움직이기만 해도 관계가 형성된다. 이 경솔함 때문에 나도 사람들도 다친다. 조심할 일인데도 성숙과 살핌이 부족한 탓이다.
2008/09/06 02:13 2008/09/06 02:13
DrunkenSTAR 이 작성.

구역질

2008/03/04 14:52 / 생활

바라보면 온통 구토의 조각들만 보인다.
세상이 토해놓은 패악과 모순에 구역질이 났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구역질은 내가 품었던 욕심과 불안한 감정의 덩어리 때문이었다.

2008/03/04 14:52 2008/03/04 14:52
DrunkenSTAR 이 작성.

각설

2007/01/03 01:42 / 생활

어찌 되었던 2006년을 각설하고 2007년이 되었다. 여전히 나는 지각을 하였고, 미천한 내 직업관은 2006년 12월31일과 크게 다르지 않은 우울함으로 가득했다. 한해의 첫날은 지난해의 모든 상념과 풀리지 않은 갈등만을 각설하지 않는 듯 했다. 올해의 첫날을 맞이하는 나의 자세가 오직 지난해의 삶만으로 각설될 수 없기에 하루를 사는 것은 지난 37년이 기억나지 않는 담담함과 무거운 시간의 속력으로 요약되어 달려오는 것을 온몸으로 받기 위해 단단하게 버티려는 신음이 아니었을까? 그러므로 올해는 내년 이 시간에 각설될 38년의 순간들을 생각하며 힘을 쭉 뺀 한해를 보내는, 그야말로 가벼운 계획을 세워본다.
그러고보니, 정말 나에게 필요했던 영양제가 이 힘빼기 였지 않았을까, 한번도 힘뺀다는 생각이나 계산을 해보지도 않았으니 말이다. 특별하지도 않으면서 특별한 존재로 기억되기 위한 가식적인 노력들을 하지 않으면 그 에너지를 그동안 느껴보지도 만져보지도 못한 곳에 쓸 수 있겠구나 까지 염두에 두지 말고 ... ... 가식적인 노력을 하지 않는다, 까지 깔끔하게 끊어 보는 힘빼기. 사실 뒷부분은 다소 정치적이다. 게다가 힘뺀다고 생기는 에너지가 생체적으로 분량을 가늠할 수 없는 열정 같은 것일 테고 그것을 어디 다른 곳에 써야 한다는 염두 자체가 갈등이다. 완전연소되는 매카니즘을 만들기 위해 또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이며, 그 완성을 위한다는 명분 때문에 담보물이 필요해졌을 때, 그때 나의 자세는 분명 힘빼기의 본질과 다를 것이다.

어차피 내 인생은 그렇게 앞서 가지도 잘나지도 않았다. 다만 누군가가 내 인생을 과대포장해주는 것을 말리지 않은 것은 암묵적 동의와 같고, 그 동의 앞에서 과대포장을 더 깔끔하게 마감할 수 있도록 소스를 조금씩 떨어 뜨리는 행위는 마땅히 반성하고 비판 받아야 한다. 명예를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행위에 대한 어떤 접점을 나는 가지고 있지 않다. 행여 남들로 인해 키워진 나의 사회적 어떤 명예가 있다면, 그것을 적정하게 제한하지 않은 이유가 반드시 있을 것이다. 나는 그것을 과장된 지위를 이용하려는 속셈으로 귀결지을 수 있다.
나는 매우 정치적인 인간이다. 개인에게 일어난 사건이 다른 개인이나 조직에 미칠 영향을 생각하고 결론을 내린다. 사건이 미칠 영향을 흘려 보내거나 이용하고 제한하는 활동을 함으로서 조직 내의 여러 사안들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어떻게 변화될 것인지 예측하고 관찰한다. 나는 이 모든 활동을 파워게임으로 규정하였고 그 동향을 예의 주시하여 이데올로기와 관계 없이 정치적 수단으로 이용가치를 판단하고 분류하였다. 이 모든 과정에 나의 촉수는 온힘을 다하였다.
생각해보니 나의 인생은 대체로 사회적인 관점에서 지각생이다. 대학도 늦게 갔고, 군대도 늦게 갔다. 게다가 금융기관에서 조차 거래를 꺼려 하는 미혼인데다가, 이념적으로도 지각생이다. 나는 이 모든 것을 극복해야 한다는 가열찬 관념보다는 더 배울 것이 많다는 낭만주의에 아쉬운 소리를 할 참이다. 지각생이니 많은 부분이 독학이다. 하지만. 부처가 아니니 깨닫지도 못했고, 공자가 아니니 고개를 숙이지도 못했다. 힘을 빼면 자연히 비워지고 뻣뻣했던 것들이 물렁해질지는 아직 모른다. 겨우 각설한 한해의 첫날이다.

2007/01/03 01:42 2007/01/03 01:42
DrunkenSTAR 이 작성.

고해

2006/11/30 03:20 / 생활
하루에도 수백개씩 날아드는 정체 모를 트랙백을 지우며 글 쓰는 것을 잊고 머리는 공허 합니다. 제대로 읽지 않으니 머리에 고이는 것도 없고, 글은 익지도 않아 풋냄새가 납니다. 차리리 이렇게 잊고 트랙백이나 삭제하고 빠져 나가는 의미 없는 클릭이 차라리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합니다.
소멸하는 계절이 되고 해가 바뀌는 징조가 뚜렷하니 곳곳에서 정리하는 분위기가 사뭇 어색하지 않습니다. 크게는 올해 초에 맘 먹었던 책쓰기는 여전히 부표를 잃은 난파선이 되어 떠돌고 있습니다. 기어이 노년에 생각해봄직한 육각 창문에 짧은 커튼, 창문 밖으로 보이는 장독대와 살얼음 핀 식혜가 아니고는 제대로된 정리는 요원한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이것은 제 인생에 스스로 짊어진 굴레 입니다. 거창하지 않게 기어이 가지고 가야 할 욕심입니다.
올해 가장 잘한 일은 아무래도 시민단체 활동인 것 같습니다. 정치적인 활동은 제대로 하지 않지만, 자원활동가라고 해주면 으레 힘이 납니다. 비록 스스로 정했지만, 차세대 진보 네트워크로서 발전시킬 '날개 인터네셔널' 프로젝트가 잘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일정을 미루고 어려운 개념들을 이해시키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고 있지만, 간사님들도 열심이시니 잘 될 것 같습니다.
며칠동안 2006 웹어워드 코리아 최고 평가위원으로 활동하면서 30개 사이트를 평가하고 일일이 평가글을 작성하고 드디어 자문위원까지 검토가 끝나 발표가 났습니다. 고백하건데 1000% 공평하고 공정한 평가를 했다고 자신할 수가 없습니다. 솔직히 조금은 압력을 가했는지도 모르고, 부당한 외압을 행사하려고 시도했었는지도 모릅니다. 반대로 외압을 받는 내가 얼마나 잘 버티고 그것을 오직 스트레스로 승화시켰는지 자부할 수가 없네요. 그다지 영향력이 있는 위치도 아닌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습관적으로 공정을 파괴하는 무리들과 섞여 있는 것이 싫어 마음속에 꾹꾹 담고 있었는데 강릉에서 폭발한 것 같습니다. 성질머리 하고는... 핑계거리를 구실삼아 새벽을 전속력으로 달려 오던 영동 고속도로에서 오래전 김규항님이 충고해주었던 의적 행세가 아닌가? 라는 말이 심장을 후벼 팠습니다.
기존 제도를 벗어나지 않고는 결코 이상향을 이룰 수 없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지 하는 심정이 되고야 말았습니다. 이런 다급한 심정에 현실적인 충고 하나가 매스가 되어 절개하고 고름을 짜고 봉합해버리는데 저녁 한나절과 소주 대여섯병이 필요하더군요.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다운 기업, 사용자와 노동자의 관계를 버리고 노동자가 회사 자체가 되는 기업 한번 만들어 보자고 해 놓고 그동안 참고 기다려 온 시간을 겨우 이 정도에 해치워버리면 되겠습니까? 그도 취하고 저도 취하고 이모집을 전전하면서 다급했던 마음과 성질머리를 인사동 골목에 쳐 박아 두었습니다.
시작이 있으면 그침이 있습니다. 그침을 안다는 것은 그때의 자세를 함께 생각하게 합니다. 나의 자세는 어떤 모습일까? 그것은 살아 보임으로서 생겨 날 것이란 믿음에서 비롯되는게 아닐까? 아직도 살아 보임이란 태도가 부족합니다. 그안에서 잘 살아야지, 잘 해보아야지 하는 가열찬 마음은 의미가 없습니다. 먼저 몸이 그리할테니까요. 몸이 먼저 그리 하는 태도, 나는 아직 빈곤한데 화려한 것만 쫓는 가식에서 한껍질도 벗겨내지 못한 것은 아닐지.
2006/11/30 03:20 2006/11/30 03:20
DrunkenSTAR 이 작성.

제주도, 반성

2006/08/01 20:52 / 생각

제주도에 다녀오면 한껏 고양된 낭만적인 감수성에 기대길 일쑤이긴 하다. 이국적이고 한가로운 풍경에 다른 감수성은 철저히 배제되기 마련이다. 3번째 방문이었던 제주도 길 중에 풍광이라면 516 도로를 빼놓을 수 없다. 방문자들이 무심코 516도로, 오일육도로라고 부르는 길은 한때 제1 횡단도로 였다. 군사 쿠데타의 주역들이 만들고 붙인 역겨운 이름의 길에 그 풍광이란... 아이러니이다. 북인이라 불리는 육지사람들의 여행 인상기에 꼭 등장하는 516 도로의 아름다운 풍경은 대체로 낭만적인 감수성만으로 제주도를 빗대게 되는 이유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해방 전후사를 통해 제주도의 지형적 위치 뿐만 아니라 문화와 역사가 폐쇄적으로 육지와 결절되어 있는 부분은 4.3 민중항쟁을 통해 잘 들어난다.

제주 4.3 사건 진상 조사보고서에 의하면 약 7년 7개월 동안 남한만의 독립정부 수립에 반대하여 일어난 시위를 유혈 진압으로 무력화시키려는 미군정과 우익단체들의 탄압과 테러를 통해 3만명의 민간인 희생자가 발생했다. 이를 모르지 않았지만, 이러한 지적 호기심은 제주도의 이국적인 낭만에 번번이 거세되곤 했다. 이번 방문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던 것은 여전히 짧은 생각과 여행에 대한 흥분만을 고양할 뿐 진지한 태도로 그 고장을 둘러볼 겸허한 자세를 가지지 못한 나의 가벼움 때문이다. 민중의 피와 소리가 묻힌 땅을 밟으며 고양된 말초 신경만으로 자본주의의 향락이 덮힌 항구를 히히덕 거리며 들락 거린 철없음에 고개가 무거워진다.
몸조차 이미 역사라고 푸코가 말했다, 하지만 앎과 호기심이 짧다고 하여 그곳이 끊임없이 만들어 내는 진실에서 소외 되는 여행을 거듭 되풀이 하는데 감수성을 쏟아내지나 않을지 염려스럽다. 그래서 지금 이 반성이 중요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2006/08/01 20:52 2006/08/01 20:52
DrunkenSTAR 이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