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 오후 3시 제주도 중문단지에서 컵라면 하나 먹겠다고 편의점을 찾아 다녔다. 연리지 식물원 건너편 패미리마트에는 뜨거운 물이 다 떨어 졌단다. 직원은 성가신 표정도 아쉬움도 없었다. 중문단지에 분식집이 있던가? 어제 말아 마신 술이 여전히 뱃속에서 파도타기를 한다. 잔득 구겨진 속이 미쳐 풀리기도 전에 단출한 산행을 한 후 였다. 컵라면은 있는데 물이 없다. 오전 산행으로 인해 와이프가 들으면 입이 삐쭉 나올 '괜찮음' 을 발견했다. '등산 이거, 괜찮네' 화요일 오전 제주도 한라산행은 차마 누리지 못할 만큼 상쾌한 뻐근함이라고나 할까. 잦은 제주도 방문에도 불구하고 한라산 정상을 먼발치에서 본 적이 없었다. 제주도 택시아방도 겨울에 저렇게 한라산을 또렷히 볼 수 있는 것은 행운이라고 했다.

주상절리 근처에서 떠날 시간을 가늠하고 있는데 방파제 위에서 해녀어멍 몇이 통곡을 하고 있었다. 어멍 한분이 이미 숨이 끊어진 듯 축 늘어져 있었다. 심장마비였다. 구급대가 도착했지만 심장마사지 몇번 하더니 얼굴에 담요를 덮어 급히 실어 갔다. 해녀어멍이 누워있던 자리에 물기가 축축하다. 12월9일 화요일 오후 3시, 제주도는 봄날처럼 더웠고 세상의 모든 물기는 전속력으로 말라가고 있었다. 내 손엔 여전히 컵라면이 들려 있었고 급히 베낭 안에 쑤셔 넣었다.

2008/12/10 10:35 2008/12/10 10:35
DrunkenSTAR 이 작성.

의료, 건강, 경쟁

2008/07/25 01:29 / 생각
애니콜, 사이언, 모토롤라가 박터지게 경쟁하는데도 핸드폰은 왜 정부 보조금 없인 구입하기 힘든지에 대해 답을 내릴 수 없다면 감히 경쟁을 통해 비급여 의료 행위, 즉 인플란트 같은 보험 적용 안되는 의료 서비스의 가격이 떨어 진다고 말해선 안된다. 건강은 담배를 피우지 않으면 된다고 개인을 비판하는 사람과 담배를 파는 기업이 '내일' 을 버젓이 얘기하도록 두는 사회에 대해 비판하는 사람으로 나눌 수 있다. 마음껏 석유를 태우고 최소한 16년은 사회 적응 훈련을 필요로 하는 복잡한 현대 사회에서 건강은 개인이 오롯이 감당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따라서 이것은 서로 도와야 하는 공공의 문제인데 이러한 공공의 영역에 자본적 경쟁을 도입하는 것은 서로 도울 필요가 없는 자본 증식의 원리가 도입되기 때문에 결국 공멸을 의미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공멸하지 않는다. 공멸하지 않는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고 우리 사회에서 공공은 강부자와 고소영을 제외한 나머지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참고 기사
2008/07/25 01:29 2008/07/25 01:29
DrunkenSTAR 이 작성.

제주 4.3 사건

2008/03/28 18:03 / 생각
눈물은 내려가고 숟가락은 올라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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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젖[동백꽃지다 113쪽, 강요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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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먹이[동백꽃지다 133쪽]

"사람들이 동요해 흩어지기 시작하자, 군인들이 사람들 머리 위로 총을 난사했는데, 그 과정에서 너댓 사람이 죽었습니다. 그 중엔 한 부인도 있었는데, 업혀 있던 아기가 그 죽은 어머니 위에 엎어져 젖을 빨더군요. 그날 그곳에 있었던 북촌리 사람들은 그 장면을 잊지 못할 겁니다." (동백꽃지다 118쪽)

제주도,반성
지켜줄게, 제주도
2008/03/28 18:03 2008/03/28 18:03
DrunkenSTAR 이 작성.

지켜줄께, 제주도

2007/08/29 17:23 / 생각

나는 그간 다섯 번에 걸쳐 제주도에 다녀 왔지만, 그 고장을 따로 표현 할 수 있는 마땅한 수사를 찾지 못했다. 제주도를 방문할 때면, 당연한 듯 랜트카를 빌리고 한림 방향이나 성산 방향 중 한곳을 정해 해안 풍경을 보며 감탄하기 일쑤다. 제주도 해안이야 알려진 대로 대단한 이국적 풍경을 가지고 있음에 틀림 없다. 작년 초가을, 그런 관성적인 여행이 식상도 했거니와 제주도에 그것 뿐이랴, 는 생각도 들고 그동안 차분히 둘러볼 기회가 없었던 것을 빙자하여 혼자 제주도 안쪽을 둘러 볼 요량을 냈다. 제주도의 안쪽은 그동안 항구 중심의 번잡스러움에서 벗어난 매우 특별한 경험을 하게 한다. 구좌읍 송당리, 성산 삼달리를 거쳐 표선읍 가시리를 마을 사내 마냥 돌아다니고 오름을 오르락 내리락 구경만 했는데도 두 가지 울분이 절로 든다.

제주도를 드나 들며 자본주의가 번쩍이는 항구의 이국적 풍경에 들떠 있던 철없이 굴었던 지난 여행들이 첫째로 창피하고, '해방전후사의 인식'을 통해 접한 제주 4.3 사건의 켜켜한 상처를 진지하게 돌아 보지 못했던 가난한 호기심에 둘째로 창피하다. 제주 중산간 일대를 어슬렁거리다 보면 마치 잠수한 듯, 묵직한 압력과 심해의 막막함에 비길 묘한 감정이 느껴진다. 공기가 다르다보니 폐활이 급해지고 배시시 웃음마저 훔쳐 나온다. 용눈이오름에서 바라보는 중산간과 성산 일대는 그 풍광이 너무 아름다워서 어차피 지나갈 외지인에겐 이런 피상적 접근 만을 허용하는 듯 보일 정도다. 왜? 뭍에서 온 북인은 제주도의 가해자이기 때문에 부러 숨기는 것은 아닐까?

오름은 도시 인근의 산과 달라서 입구도 없고 오르는 길도 일정치가 않다. 관목들 사이로, 때로는 습지를 넘어 오름에 올라야 하는데 그 외진 어귀에 공사장이 더러 있어서 놀랐다. 하지만 놀랄 일도 아닌 것이 중산간의 난개발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 공사장은 난데 없는 것도 아닌 난개발의 주범, 골프장들이다. 제주가 국제자유도시가 되면서 골프장에 대한 광범위한 조세 감면 정책을 폈고 이로 인해 급속도로 그 수가 늘어 가기 시작했다. 임야면적에 대한 골프장 허용면적은 5%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군이 이 기준을 거의 채운 상태다. 2004년 부터는 대체농지조성비도 50% 이상 감면 받는다. 골프장이 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곧이어 5% 허용 기준도 늘려 달라고 때를 쓸 것이 뻔하다.

최근 제주도는 풍경도 풍경이지만, 기생화산으로 불리는 200여개의 오름과 그중에도 마그마가 차가운 물과 섞이며 폭발을 이뤄 만든 수성화산의 존재 가치를 인정하여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 되었다. 세계적으로도 보편적 보전가치를 인정 받은 셈이다. 하지만 제주도가 다른 고장과 달리 특별한 아름다움과 역사적 상처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세계자연유산과 국제자유도시라는 배치된 이데올로기가 함께 존재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북인들은 자본주의의 찬란한 풍경으로 점철된 항구로 들어와서 골프를 치고 돌아 갈 것이다. 제주도는 북인들의 폭력적 상흔을 간직하고 있으면서도 이제는 그들을 손님으로 끌어 들이고 있는 셈이다. 50여년전의 타율적 비극과 오늘의 자율적 난개발을 빗대어 제주인들의 책임을 소급할 수 있는 이유를 찾는 것은 어리석다. 엄숙하게 신자유주의와의 결탁, 천박한 자본주의 따위를 계보 삼아 장황한 논리를 펼 필요도 없다. 중산간 너머 너머를 걸으며 김영갑 갤러리도 둘러 보고 한동안 고독해보면 참담한 공기를 폐활하느라 저절로 숨이 가빠질 것이기 때문이다.

말, 소 똥이 딱지진 용눈이오름 머리에 앉아 있으면 가느다란 풀벌레 소리에 구름이 움직인다. 어떤 철학자는 '자연도 이데올로기다', '몸조차 이미 역사' 라고 했다. 내가 다니는 회사에서는 비즈니스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골프를 치라고 몇번씩 권유한다. 물론, 회사돈으로 대준단다. 하지만 앞으로 사정이 어찌됐던 간에 절대 골프는 치지 않는다, 다짐을 해본다. 그래도 몸으로 하는 역사를 실천해 본 적 없는 빈곤한 나로서는 여전히 부끄럽고 답답하다. 중산간에 있으면 거부할 수 있는 용기가 생긴다. 최근 꽤 진보성향이라는 어떤 분이 유시민을 높이 평가 하는 것을 듣고 꽤나 놀랐다. 제주도 강정포구에 해군기지를 건설하려는 반생태적 강군의지의 비평화적 정책을 노골적으로 지지하는 유시민을 감히 높이 평가하는 진보성향을 어떻게 받아 들어야 할까. 그분도 4.3 사건으로 2만여명의 무고한 주민이 학살된 중산간에 가서 고독을 느껴 보면 진지한 거부야 말로 양심이란 울림을 느낄 수 있을까.
아무튼 나는 여섯 번째 제주도 방문이 도통 엄두가 나질 않는다. 아직 풍경 너머를 볼 수 있는 혜안도 없는데 여행자의 어리석은 스침으로 제주도를 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주도... 골프라도 치지 않겠다는 선언으로 지켜줄께.. 제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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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29 17:23 2007/08/29 17:23
DrunkenSTAR 이 작성.

오름

2006/10/16 00:33 / 사진
용눈이 오름을 오르는 길 곳곳에는 제주도 전통 무덤들이 있다. 제주도식 무덤은 산의 비탈을 깎지 않고 비탈의 생김새 대로 봉분을 만들어 둘레에 돌담을 쌓는다. 이 담을 제주도에서는 산담이라고 부른다. 봉분이 산이라는 의미이다.
용눈이 오름의 굼부리는 밋밋한 분화구가 아니라 파도처럼 물결친다.
용눈이 오름에서 구좌읍 송당 방향의 스카이라인이다. 제주도의 깊은 내륙은 여인의 가슴처럼 봉긋하다. 침침한 가스가 하루종일 내려 앉아 있다. 성산 방향에서 해풍이 불어 오는 탓이리라. 가벼워 바닥에 접착되지 않는 트라이포트는 흔들거렸고 바다는 안개를 출산해서 뭍으로 밀어 보냈다.
다랑쉬 오름의 굼부리에는 1948년 4.3 사건시 수많은 민간인들이 사변을 피해 살고 있었다. 진압군에 의해 얼마나 많은 민간인들이 이 굼부리에서 학살되었는지 정확히 알 수 없다. 다만, 이 굼부리를 지나 반대편 봉우리로 건너갈 용기가 나질 않았다.
하루종일 나는 이런 밀림을 뚫고 오름을 오르기 위해 오름 입구를 찾아야만 했다. 사람은 없고 바람과 들풀들이 무릎을 치고 있었다. 무엇을 잘 찍겠다, 인생이 어쩌고 하는 한가로운 생각은 들지 않았다. 이 풀을 헤치면 뭐가 나올지만이 관심사가 되었다. 바로 앞에 무엇이 있을지...
다랑쉬 오름에서 바라본 용눈이 오름과 손지 오름이다. 오른쪽 손지 오름은 삼나무가 서로 걸쳐서 자라고 있다.
아끈 다랑쉬 오름은 얕은 굼부리에 가지런한 초원이 있었다. 풀벌레 소리를 가만히 듣고 있으면 생각이 하얗게 변한다.
다랑쉬에서 바라본 아끈 다랑쉬 오름, 멀리 성산이 보인다. 구좌읍에 있는 오름에서 성산을 볼 수 있었던 순간은 이번 뿐이었다. 그렇다고 날씨가 저주스럽지는 않았다. 시원했고, 때론 따뜻했다.
2006/10/16 00:33 2006/10/16 00:33
DrunkenSTAR 이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