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7년이나 머물렀던 회사를 떠나려고 해요. 오늘 날이 침침하면서도 상큼합니다. 며칠 인수인계하고 행정적인 절차가 정리되면 다시는 출근하지 않을꺼에요.
7년이나 부대꼈으니 아니 다사다난할 수가 없습니다. 적금도 수차례 깨졌고, 신용카드 돌려 막기도 해보고, 연애하고 이별하고, 싸우고 꿰매고, 나쁜 짓, 착한 짓... 이런 것들이 모두 제 삶의 자양분이 되었습니다. 제 낡은 스킬과 세련되지 못한 자세를 견뎌주던 그대들에게 직급과 직위를 벗어 던지고 인간으로 술 한잔 대접하고 싶네요.
많은 것들을 섭취하고 배설하고 갑니다. 아침에 일어나 눈 감았을 때 보았던 별들의 회오리를 그리워하며 이제 날이 밝았으니 반사회적이고 엥똘레랑스한 프로젝트에 서로 엉겨 있던 몸을 먼저 빼내려 한다고 아쉬워하진 마세요. 어쨌든 우리에겐 치열했고 지리한 시간이 공평하게 존재했고 이것은 우리의 소중한 직업이었으며 정체성입니다. 어느 봉우리에서 서로 얼룩진 땀을 발견할 날이 있을, 우리는 같은 종족이었다는 점을 잊지는 마세요.
그러하니 우리 아름답게 헤어집시다. 누군가가 우리를 위해 시를 쓴다면 그 시보다 더 시적인 사건들을 겪을 테니 우리는 시리고 아플 것 입니다. 세상은 우리에게 더 많은 것을 요구하고 우리가 인간이라는 것을 자꾸만 잊게 만듭니다. 그러하니 헤어지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지요. 그럴수록 우리 잘 있습시다. 저도 어떤 꿈을 향해 전속력으로 달려 갈 것이고 여러분도 그러하시길 바랍니다. 다만, 꿈은 결코 목적 지향적이지 않고 그저 다다를 수 없어도 슬프지 않은 것이면 됩니다.
나는 이만 그대들과 이 자리에서 헤어지겠지만, 여러분은 그 자리에서 서로 연대하며 아프지 않기를 바래요.
그럼,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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