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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6/22 산학협동을 때려치며. by DrunkenSTAR

며칠전 홍대앞에서 시각디자인을 가르치는 교수와 산학협동 차 만나서 샤브샤브를 먹었다. 산학협동이 협동이란 긍정적 수식 명사로 정서적으로 평등하게 보이고 매우 실천적인데다가 산학이란 빛 좋은 약어로 인해 실용의 트랜드마저 느껴진다. 산학협동은 엄밀히 말해서 산학협상이다. 학생들의 등록금은 올려 놓고 학자금 대출 이자를 줄여 주는 시장 원리가 산학협동 안에 그대로 작동한다. 만면에 온갖 가식의 지성과 마치 이익을 사회환원 하러 나온 듯한 표정으로 학교를 걱정하고 기업을 걱정해 주며 화답한다. 얄팍한 고기를 익히는 젓가락질이 칼날 부딛치듯 소리를 내고 얄팍한 미덕이 저마더 얼굴에 번질번질 셀로판지를 깐다. 얼마나 얇은지 술 몇순배 돌자 죄다 찢어지고 만다.


솔직히 우리 학교 애들 수준이 너무 낮아요. 솔직히 요즘 애들 근성도 끈기도 없어서 사회에 내보내도 되나 할 정도에요. 그렇다고 오프라인에 보내려고 하니 요즘 오프가 정말 말이 아니어서 보낼 수가 없어요, 그런데도 학교에선 온라인 교육 보다 오프라인 교육에 아직도 열을 올리니.. 꼭 인턴 또는 학교 다니면서도 애들 빼서 기업에 넣어 드릴 수 있어요, 돈을 안주셔도 되요 괜찮다 싶으시면 그때 주셔도 되고 채용하시면 더 좋고요.

아시겠지만, 기업에서 산학협동을 하겠다는 것은 우수 인력 확보, 이 이상도 이하도 아닌 건 알고 계시죠? 아니 모 인턴은 정부에서도 지원을 해주는 것이고 그냥 이쪽으로 출근하는데 교통비 점심비도 없이 시키는 일이나 하라고 하면 저희도 불편해요, 적지만 어느 정도는 책정해서...


얄팍한 고기덩어리가 빨리 익어서 다행이다. 그날 구토가 나서 힘 닿는대까지 술을 마셨다. 어쨌든 학생들을 만나 케리어패스가 어떻고 사회가 만만치가 않아 따위의 얘기를 해달라는 요청에는 고개를 끄덕이고 헤어졌다. 수준이 높고 낮은 학생들을 정해 놓고 만나 본 적이 없는터라, 일단 만나보고 그 수준이란 지표가 어떻게 정해지고 초중고에서 말하는 변별력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알아 보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서로 순수한 마음이 없다보니 산학과 협동에 대해 주관적 견해나 집단의 이해 관계를 대변하는데 급급하다. 그러다보니 학교에 가선 이쪽에서 겸임도 가능하다는 투로 오해될 소지가 있고 이쪽에서는 협동기금을 마련해서 학생들에게 소정의 급여를 줘야 한다는 왜곡이 존재한다. 실제로 그 학교가 그렇게 잘났나? 는 반응이 심장을 뜨끔하게 만들었다. 이 학교가 이른바 Sky 반열에 들었다면 이런 반응이 나왔을까. 어쩌면 나와 기업은 더 순수해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나아가 수준이 낮은 애들이 있다니 다행이고 산학협동을 통해 그 애들에게 희망과 케리어패스를 얘기해주겠다며 설레발을 떨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집단이 우수하다고 판단되면 개인에 대한 변별력이 떨어지는데 -변별력이 필요 없다는 생각이 우세한데- 반해 집단이 허접하면 개인의 우수함을 판단하는 변별력은 기능하지 않는다. 이런 방정식이라면 수준이 안되는 집단에서 개인의 우수함을 판단하여 기업의 인력화 시킨다는 발상은 큰 오류에 지나지 않게 된다. 산학협동의 순진(?)한 목적도 있었을 텐데 이런 식으로 익혀 먹은 샤브샤브 한바탕에 피해는 교수도 나도 아닌 학생들이 본 셈이 됐다. 그 잘난 호주산 소고기 한 점 입에 대지도 않았고 제 삶과 꿈이 따로 있을 애들은 졸지에 수준 낮은 부류로 취급 당했다. 나와 같은 기성세대가 이 사회를 이딴 식으로 만들어 놓고 애꿋은 20대에게 도전정신이 어떻고 끈기가 죽었다고 맨날 떠들어 대는 내 안에 사이비는 얼마나 악랄한가. 기업의 철저한 시장원리에 비닐을 덮고 비쳐지지 않는 양 희망을 판서 하는 것이 얼마나 비양심적인가. 남은 것은 학교의 특징, 직업의 특성, 어쩔 수 없는 기업의 이익추구 따위를 들먹이며 결국 목구멍의 명령에 주눅 든 밑도 끝도 없는 속물의 항변 뿐인 것을.

2009/06/22 16:29 2009/06/22 16:29
DrunkenSTAR 이 작성.